문대통령, '조국 사태' 이후 공감 능력 잃었다
입력 2020.12.08 14:09
수정 2020.12.08 15:56
집권 초기 '국민 역린' 건드린 사안 마다 고개 숙여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에 '밀리면 끝' 기류 퍼진 듯
민심 고려 없이 정치적 실익 우선…野 "지킬앤하이드"
'밀리면 끝'. 청와대에 이 같은 기류가 퍼지기 시작한 건 이른바 '조국 사태' 부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각종 의혹이 잇달아 터지면서 민심이 양 극단으로 나뉘고, 고공행진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폭락했다. 청와대는 당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듯 한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도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 전 장관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라는 '백기'를 들 경우, 참여정부에 이어 사법개혁이 또 다시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만큼, 여기서 밀리면 조기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 때부터 청와대가 이전보다 국민과의 소통, 공감보다 정치적 실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언급하는 등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전 정권에서 하지 않았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물론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 마스크 수급 대란 등에 대해서도 고개 숙였다. 문 대통령이 사과한 건 모두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사안이었다.
문 대통령의 지난 7일 "민생에 너나 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는 발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에 대한 사과로 해석됐다. '추윤 갈등'이라는 혼란의 원인, 추 장관 거취 결단 등 수습 방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삼간 채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바란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여론 악화에 떠밀려 사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추 장관이 위법을 거듭하면서,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짓을 두둔하며 지켜본 대통령이 뒤늦게 죄송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민심을 제대로 알고서 하는 이야기인가"라고 성토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유체이탈도 이 정도면 심각한 중증의 환각 상태"라며 "지킬앤하이드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감 능력'을 잃은 지 오래"라며 "자신들의 정치 논리와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공감하는 '선택적 공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이 '찜찜한 사과'를 한 날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갱신했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추 장관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은 문 대통령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취지로 읽었다"며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 중인 상황에서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또는 걱정을 덜어줘야 되는데 그러고 있지 못하다 자성해야 될 때가 아닌가라는 취지의 표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