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의 '공수처' 직진…여당 입법 독주 용인 왜?
입력 2020.12.08 04:00
수정 2020.12.07 21:40
"권력 개혁 미루지 않겠다" 與 강행 처리 힘 실어
'민주적 절차' '민주주의' 강조…비판 차단 의도
추미애는 '검찰 개혁 임무 완수' 사퇴 명분 부여
윤석열은 '공수처 1호 수사'로 거취 판가름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대립하자,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겠다"며 여당의 강행 처리에 힘을 실은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어 나간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검찰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과 여론의 냉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여당에 공수처법 처리를 강하게 당부한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의 해법으로 공수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가 예정돼 있고, 다음 날인 10일 오전에는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릴 전망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제도적 권력 개혁 이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정무적인 판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케한다. 그간 여권은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윤 총장을 찍어 왔다. 윤 총장이 징계위에서 경징계를 받아 직위를 유지하더라도, 공수처 수사를 통해 거취가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내 인식이다.
즉, 문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윤 총장을 직접 내치지 않아도 됨과 동시에 '검찰 개혁 임무 완수'라는 추 장관의 사퇴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 출범을 촉구한다는 관측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무리한 입법을 지시하는 건 대통령으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을 '민주적 절차'로 종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추 장관을 '검찰 개혁 임무 완수'를 명분으로 개각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문 대통령에게 공수처가 모든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윤 갈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처음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한편으로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