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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정말 내년 가을에나 코로나 백신을?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12.08 07:00
수정 2020.12.07 21:42

영국·미국·러시아 접종 개시… 한국은 내년 가을 예상

정부 "부작용 다 지켜보고 접종해도 안 늦다" 입장

선구매 협상 속도에서 밀리고 접종 시기까지 늦다는 지적도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백신 개발 관련 임상 3상 시험에서 한 참가자가 백신 후보 물질을 접종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이 8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 전투의 역사적 순간"이라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접종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미국도 화이자 백신이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을 받는 즉시 11일부터 접종에 들어간다고 한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 선진국도 앞다퉈 백신을 확보하고 전국민을 상대로 접종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검증됐다고 믿을 만한 제품은 90%에 달하는 예방효과를 낸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셋뿐이다. 이들 회사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통상 10년이 걸리는 백신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해냈다.


하지만 백신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진 없애지 못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급하게 개발된 백신을 뭘 믿고 맞겠느냐며 부작용이 확인될 때까지는 맞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프랑스식 마인드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효과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미리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며 1년이 다 지나도록 선구매 협상에서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이 불을 붙고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적극 구매하겠다"며 예산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뒤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고, 화이자·존슨앤존슨·모더나·노바백스 등과 협상을 벌여왔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백신 확보 전쟁에서 너무 뒤처져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보인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국민의 20%(1000만명)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지만, 충분하지 않은 양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안다.


또 이번주 백신 선구매 계약을 모두 마무리한다 해도 내년 가을에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산 백신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선진국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을 싹쓸이하다시피 입도선매한 상황에서 급할 경우 질 낮은 중국산이라도 수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화이자의 내년 공급분 13억5000만회분의 90% 정도는 이미 선구매 계약이 끝난 상태라고 하는 걸 보니 웃어넘길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내 기업들의 백신·치료제 개발을 독려했고, 정부는 올 한해만 2100억원의 관련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늦더라도 백신 보유국이 되는 것까지는 희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국민이 이렇게 백신 확보가 늦어 조기 접종 기회를 놓치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내년 가을이면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 국민들의 70%가 백신 접종을 끝낼 즈음이다. 백신의 안전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공급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침착하지만 속도는 조금 더 내 보자.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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