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라임 제재 '장고'…내년 초 '사모펀드 후폭풍' 예고
입력 2020.12.02 15:16
수정 2020.12.02 15:17
2일 정례회의서 라임등록 취소…증선위 9일 증권사 과태료 논의
은행 제재는 이달 착수 해넘겨 결론 낼 듯 "연초 대혼란 올수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제재가 해를 넘길 예정이다. 현재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최종 단계인 금융위원회로 넘어왔지만,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금융당국이 최종 제재를 앞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오는 9일 라임펀드 관련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KB증권 등 증권사에 대한 과태료 부가 조치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25일 증선위에서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차례 미뤄지면서 최대 관심인 증권사 기관제재와 전·현직 CEO 개인제재를 심의하는 금융위의 일정도 순연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통상 과태료·과징금과 기관·임직원에 대한 제재 안건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에 대한 당국 제재는 증선위가 과태료·과징금 등을 심의하고, 기관의 영업정지나 임직원제재는 금융위가 심의결정하는 구조다. 최종 제재수위 결정은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확정된다.
다음 금융위 정례회의는 오는 16일 예정돼 있지만, 이날도 최종 결론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연말에는 축소 운영되는데다 처리해야할 사안도 몰려 있어 증권사에 대한 최종 제재는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 미루기냐" 의구심도…연초 금융권 '제재 칼바람' 예고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제재 과정을 두고 라임사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미루기'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새해 금융정책 발표 등 이슈가 몰리는 연초에 최종 제재 결과를 내놔 파장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러 일정을 늦추는 것은 아니다"며 "한 번 더 금융사의 입장을 들어보고, 신중하게 검토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도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했다", "금융사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시간표를 감안하면 내년 초 증권사와 은행권 등에 대한 대대적인 라임 제재의 칼바람이 예상된다. 우선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열린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권에 대한 라임 제재를 연내에 진행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해왔다.
실제 금감원이 증권사 제재 결정 과정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만큼 은행권 제재에는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금융사 최고경영진(CEO)에게 중징계의 책임을 묻는 금감원의 방침대로라면 옷을 벗어야할 CEO만 줄잡아 30여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제재수위는 증권사 보다는 낮겠지만, 지금의 엄중한 분위기를 보면 예단할 수 없다"며 "연초에 대대적인 제재로 금융권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EO리스크가 있는 일부 은행은 증권사 결과를 본 뒤에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데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