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경제단체 "ILO 핵심협약 비준하려면 사용자 대항권도 강화해야"
입력 2020.11.26 12:09
수정 2020.11.26 12:10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요구
"노조전임자 문제는 ILO 핵심협약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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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ILO 핵심협약 비준에 경제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존의 불합리한 노사관련 법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한다면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종합경제단체를 비롯해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 등 총 32개 경제단체는 26일 공동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계는 ILO 핵심협약(제87호, 제98호) 비준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이를 명분으로 해고자·실업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정부입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된다면 노조측으로 힘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국내에서의 경영환경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입법안은 우리나라의 갈등적・투쟁적 노동운동과 노조측에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특수성 등 현실적인 노동제도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노조측에 더욱 편향된 내용으로 마련됐으므로 전념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계는 우리나라는 노조의 매년 관행적인 파업과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으로 노사관계가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고임금·저생산성 산업 구조를 초래해 국가경쟁력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한 유럽과 달리 ’기업별노조 중심 체제‘를 갖고 있어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면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돼 산업현장 노사관계와 기업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해고자·실업자 등의 기업별노조 가입을 허용할 경우, 본래 단체교섭 대상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벗어나 해고자 복직, 실업대책 마련 등의 노조 요구가 늘어나 기업 노사관계가 더욱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노조는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기업 내부 이슈와 연계해 제기하는 등 노동이슈의 사회연대화 소지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현재도 문제로 지적되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고소‧고발 남발, 관행적 파업 증가, 사업장 점거에 따른 피해 증가 등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강성노조의 강성조합원 확대 활동으로 이어져 노사관계가 더욱 대립적인 양상이 될 것이라는게 경제계 주장이다.
경제계는 이에 따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업자 등에 대한 단결권 보장이 필요하다면 노사간 힘의 균형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체근로 허용,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형벌규정 삭제 및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등 사용자측의 대항권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도 반드시 함께 입법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사용자측에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제약을 가하고 있는 대체근로, 사업장 점거, 부당노동행위 관련 제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정부입법안에 담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ILO 협약과 무관한 사안이며, 오히려 정부입법안은 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ILO 핵심협약 제98호 제2조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노조전임자 급여는 노조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주요 경쟁국·선진국도 필요 최소한의 근로면제시간 부여에 그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유급 노조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의 규모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금지하고 근로시간면제제도로 사용자로부터 노조활동에 지급되는 비용 총량을 규율하도록 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노조의 힘의 우위로 인해 사용자가 근로면제시간 이외에도 비공식적으로 상당수준의 유급 노조활동 시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도 언급했다.
정부입법안과 같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고 노사 자율에 맡긴다면 힘의 논리에서 약자에 있는 사용자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전임자 급여지급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또, 정부가 노조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가 아닌 일반 조합원의 노조활동시간에 대해 추가적인 근로시간면제 요구의 소지를 열어준 것은 노조전임자와 일반 조합원의 노조활동 모두에 대해서 사용자가 유급으로 처리해야 하는 결과를 더욱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전제로 근로시간면제제도가 패키지로 도입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유지하면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정책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는 게 경제계 주장이다.
정부가 한·EU FTA 규정을 이유로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경제계는 한·EU FTA의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사항은 노력조항으로 권고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 제재적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경제계도 한·EU FTA 준수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는 국가차원의 동의가 필요한 국가적 중대사안이므로 우리나라의 노동개혁과 노사관계 선진화 차원에서 주권적으로 결정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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