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⑭] 원택·탁 "가수의 이미지를 확장할 수 있는 노래 만들려 노력"
입력 2020.11.06 10:00
수정 2020.11.06 12:25
원택·탁, 몬스타엑스 '롤러코스터'로 첫 합작
워너원 '워너비' 무대 감동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원택과 탁은 뉴타입이엔티에 소속돼 있는 케이팝(K-POP) 프로듀서다. 2016년 몬스타엑스의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스트레이 키즈, 박지훈, 러블리즈, 베리베리, 티오오(TOO) 등 많은 가수들의 곡을 함께 만들고 있다. 원택은 탑라이너, 탁은 트랙 메이커 역할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파트너라고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음악을 하게 된 시작은 달랐지만 현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뉴타입 퍼블리싱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원래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고 뮤지션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원택 작가님을 만나게 됐죠. 원택 작가님 덕분에 대중가요 프로듀싱을 하게 됐어요. 저를 케이팝 무대로 이끌어주신 분이세요."(탁)
"탁이 워낙 일렉트로닉 음악신에서 유명한 존재라 협업을 함께 하자고 했죠. 그리고 함께 해보니 너무 잘 맞아서 지금까지 쭉 함께 하고 있습니다."(원택)
하지만 팀 이름을 따로 짓지 않고 각자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다. 팀 이름을 지어버리는 순간 활동 반경이 제한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함께 또, 따로 활동하며 다른 프로듀서들과의 작업 기회도 열어놨다.
원택은 2005년 1집 앨범 '더 이모텔러티 오브 소울'(The Immortality Of Soul)로 데뷔한 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그룹 썸데이 멤버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작곡가 업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시작에는 고(故) 유재하가 있었다.
"아티스트 유재하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무작정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 어떤 아이돌 노래보다도 유재하의 음악이 좋았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찾아봤는데 많은 가수들이 그 대회 출신이더라고요. 그 때 많이 듣고 불렀던 유재하의 음악이 지금 제 음악적 감성에 많이 영향을 줬어요."(원택)
탁 (TAK) 은 작가활동 이외에 DJ로도 이미 유명한 인물이다. 2015년 노래 '서태지 - 크리스말로윈TAK 리믹스' 편곡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리듬액션게임에 푹 빠져 지내다 독학해 작곡을 하게 됐고, 자작곡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을 갖췄다. 그런 탁은,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대중가요로 장르를 바꾸면서 고충을 겪기도 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다보니 가사가 들어간 보컬 음악을 작곡하는 일이 낯설었어요. 전자음으로 가득찬 음악에 목소리를 얹으려니 이미 꽉 차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반주와 보컬이 어우러질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훈련을 했어요."(탁)
탁에게 도움을 주고 알아본 건, 원택이었다. 탁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난해하다는 평을 들어왔지만 원택이 그 안에서 탁이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저는 탁이의 사운드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복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트랙 메이커가 저와 함께하고 있죠."(원택)
두 사람은 작곡 의뢰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수의 이미지 분석이다. 기존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을 때 새로움을 가미할 수 있도록 신경쓴다. 소속사에서 주는 콘셉트에 맞춘 곡보다는, 의외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맞춤형보다는 '이 가수가 이런 곡도 소화할 수 있을까'란 의외의 색깔을 찾아요. 저희 곡과 만나 다른 역량까지 확장해서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경험을 생각해보면 맞춤곡보다는 그렇게 작업한 곡들을 더 좋아해줬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듀서와 가수 간의 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녹음실을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작업할 때 마음을 먼저 바라봐주는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항상 즐겁게 작업하려고 하죠. 저는 예전에 굉장히 혼나면서 녹음을 했던 케이스였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작곡가가 되어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알았죠."(원택)
"녹음을 하고 나면 가수들이 모두 즐겁다고 해요. 사실 부스에서 가수가 첫 소절을 부를 때 녹음이 얼마나 걸리겠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컨디션이 아쉬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가수에게 절대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고, 그 안에서 최고의 기량을 뽑아내요. 그러다보니 녹음하는 사람은 부담없이 임할 수 있어서 좋아하고요."(탁)
원택과 탁은 음악을 하며 가장 뿌듯할 때는 자신들의 노래가 완성된 퍼포먼스로 방송에 나올 때다. 노래와 퍼포먼스, 메이크업, 의상 등 모든 것이 합이 잘 맞아 시너지가 날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원택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워너원의 '워너비', 엠넷 '로드 투 킹덤'에서 티오오가 선보였던 '라이징선'과 러블리즈의 '종소리'라고 고백했다.
"'워너비' 노래 가사 중에 '받은게 많아서 줄 것도 많아' 구절이 있는데 열 한명이 글씨 피켓을 들고 팬들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어요. 저도 그 구절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부분을 인용했다는게 그 친구들과 팬들에게 닿은 것 같아서 기분이 남다르더라고요."(원택)
"티오오의 '라이징선' 편곡을 했는데 무대로보니 춤과 노래가 하나처럼 보여서 너무 놀랐어요. 인트로 때 태양을 표현하는 춤을 멤버들이 구상했다고 와서 자랑하더라고요.(웃음) 너무 귀어웠어요. 보는 순간,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러블리즈 '종소리'는 포인트 안무 때문에 기억에 남네요. 북북춤이란 이름이 붙은 안무가 있는데 한참 그걸 보는 재미에 빠졌었죠."(원택)
탁은 태민의 콘서트 앙코르 무대 편곡을 맡았던 '셜록+괴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작년 3월 태민 콘서트에서 '셜록'과 '괴도'를 섞는 편곡을 했어요. 앙코르 무대다보니 긴 정적 후에 시작이 됐죠. '셜록'의 인트로가 나오자 팬들이 환호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괴도'로 넘어가니까 반응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무대 연출 같은 것도 화려하고 좋았어요. 제 의도랑 너무 잘 맞아 떨어져서 기억에 오래 남는 무대네요."(탁)
또 이들의 작업방식을 제일 좋아하고 잘 따라와주는 가수로는 스트레이 키즈를 꼽았다.
"스트레이 키즈 친구들은 데뷔 할 때부터 함께 했어요. 그 친구들은 오랜 만에 만나도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있어요. 또 재미있는 농담들을 먼저 한다든가, 저희를 어려워하지 않고, 우리 마음이 편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줘요."(원택)
원택과 탁은 많은 소속사로부터 의뢰를 받는 지금의 현실이, 온전히 자신들의 것은 아니라고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콘셉트와 트랜드는 음악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의 노력과 회사의 방향성, 가수의 표현력 등 전체적인 것이 하나로 맞아떨어져야 하죠. 앞으로도 저희 곡을 탁월하게 소화해줄 수 있는 가수를 만나 최고의 무대로 발현됐으면 좋겠어요."(탁)
빠르게 유행이 교체되는 가요계에서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고여있지 않는 것이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만족하는 순간 뒤쳐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요즘은 멜로디 보다는 리듬의 시대라고 봐요. 그런 부분에서 연습을 쉬지 않으려고 해요. 유튜브나 외국곡들도 살펴보며 트랜드를 파악하고요. 계속 성장하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습니다."(원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