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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독립론'은 금융위에 막히고 '공공기관 족쇄' 채워질 위기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11.03 15:56 수정 2020.11.03 15:58

손병두 이임식서 "운전대 나눠잡을 수없어" 독립론 정면 반박

기재부 공공기관 지정 절차 시작 "이번엔 피하기 쉽지 않아"

10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라임·옵티머스사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이해당사자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정감사에서 이견을 드러낸 뒤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책임론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사모펀드 사태 예방책 마련과 함께 금융감독체계 문제도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손병두 전 부위원장이 지난 2일 금융위원회를 떠나며 던진 '운전대론' 메시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손 전 부위원장은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의 역할은 밤길에 악천후 속에서 운전하는 드라이버에 비견된다. 상황을 잘 살피면서 브레이크와 액셀을 잘 밟아달라. 여러분들이 쥐고 있는 운전대는 절대 남과 나눠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 전 부위원장의 발언 파장은 소리 없이 번졌다. 금융권에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금감원 독립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원장은 국감에서 금감원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작심 발언을 했고, 아예 "독립 방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윤 원장이 그동안 펴온 '운전대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윤 원장은 학자시절부터 금융위에 집중된 금융산업 진흥정책(액셀)과 감독정책(브레이크) 분리를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해왔다. 충돌적인 두 기능을 금융위 한곳에서 담당하다 보니 견제와 균형이 깨졌다는 게 윤 원장의 시각이다.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고 금감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맡는 현 금융감독체계는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2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한 사람이 밟아야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손 전 부위원장이 "절대 나눠잡을 수 없다"고 강조한 운전대론도 이 같은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 '금감원 독립론' 일축…"공공기관 지정 피하기 어려워"


문제는 정부가 내년도 공공기관 지정 절차에 착수하면서 감독체계의 부실을 드러낸 금감원이 다시 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공공기관 지정을 위한 사전 절차를 시작해 내년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금감원은 그동안 기재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방어전략으로 공공기관 지정의 수술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이행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를 해소 등을 조건으로 공공기관 지정을 면했고, 지난해에도 매년 이행실적을 제출하기로 약속하며 칼날을 피했다.


금감원 입장에선 공공기관 지정이 일종의 '족쇄'나 다름없다. 재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는 무자본 특수법인이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인건비와 복리 후생비 예산 집행 현황 등을 항목별로 상세하게 공개해야 하고, 고객 만족도 조사나 경영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실적 평가 등을 바탕으로 기재부 장관이 금감원장 해임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금융위도 하급기관인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해왔다. 지난해 초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반대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하면서 '금감원이 이미 정부와 국회의 통제를 받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을 찾기 어려운 중복규제'라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감에서 금감원 독립론에 "금감원을 (금융위로부터 독립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재부의 통제를 받으면 마음에 들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가 정국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금감원이 이번 공공기관 지정 논의를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이 내년까지 계속될텐데 금감원이 버틸 수 있겠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더욱이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사모펀드 사기 행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내놓을 대안이나 방어논리도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느냐 여부는 여론과 타이밍이 중요한데, 둘 다 좋지 않다"며 "내년 선거(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사모펀드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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