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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시나리오 공모전 시대③] “공모전 입상해 드라마 작가됐지만”…현실적 문제 남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1.04 00:00
수정 2020.11.04 00:50


ⓒ오펜, KBS, 방송콘텐츠진흥재단

KBS는 지난해 1019억원 사업 손실을 입어 프로그램 수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해마다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 존폐 여부가 해결책 중 하나로 논의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국내 방송사 중 가장 오래 명맥을 이어온 단막극 ‘드라마 스폐셜2020’은 목요일과 토요일 라인업으로 나뉘어, 총 10편이 방송된다. 높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이 보장된 프로그램이 아닌 탓에 자본주의 논리가 개입하면 모험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신인 작가, 연출, 배우를 발굴해 육성하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며 단막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이 강조하는 신인 작가 배출은 KBS TV드라마 단막극 극본공모가 주축이다. 지난 4월부터 모집을 시작한 이번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에는 지난해(471편)보다 많은 총 583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 두 작품을 선정했다.


지난해 단막극 부문은 2천506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세 단계 심사 끝에 최우수상과 우수상 각 한 작품, 가작 네 작품 등 총 여섯 개 작품을 선정했다. KBS 드라마 스페셜이 단막극 공모전을 통해 뽑힌 작품들을 바탕으로 제작 추진된다. 올해 공모전 결과는 11월 말 발표된다.


KBS 단막극 극본공모에서 드라마 스페셜 데뷔 코스를 밟은 후 차기작으로 미니시리즈에 입성해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한 사례가 적지 않다. ‘녹두꽃’의 정현민, ‘SKY 캐슬’ 유현미, ‘비밀’ 유보라, ‘호구의 사랑’ 윤난중, ‘의문의 일승’ 이현주, ‘나의 나라’ 채승대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MBC는 올해 미니시리즈 700편, SBS 문화재단 공모에는 미니시리즈와 단막극을 합쳐 총 1109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MBC는 수상 작가들에게는 상암 MBC 작업 공간과 자료 조사비 제공, 프로듀서 멘토링 등 혜택을 준다. 또 공모작가 활동기간 후 MBC 전속 작가로 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동안 이하나 작가의 '앙큼한 돌싱녀', 은주영 작가의 ‘폭풍의 여자’, 김반디 작가의 ‘앵그리 맘’, 고은경 작가의 ‘이브이 사랑’, 김수은 작가의 ‘파수꾼’, '정희현 작가의 ‘자체발광 오피스’, 신소라 작가의 ‘꼰대인턴’, 서영희 작가의 ‘미쓰리는 알고 있다’가 공모 수상작에서 드라마로 이어졌다.


SBS 문화재단은 당선자 중 희망자에 한해 SBS가 주관하는 6개월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피고인’의 최수진, 최창환 작가, ‘조작’ 김현정 작가, ‘매드독’의 김수진 작가가 SBS 문화재단 극본공모 당선 출신 작가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드라마극본공모전 사막의 별똥별 찾기는 방송사가 아닌 영역에서 주관하는 유일한 드라마 극본 공모전이다. 당선된 작품들을 작품집으로 발간해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에 배포해 실제 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작가가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다. 임상춘 작가의 수상작은 KBS 드라마 스페셜 ‘내 인생의 혹’으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 등을 집필했다. 하명희 작가의 ‘닥터스’와 오지영 작가의 ‘쇼핑왕 루이’, 최수미 작가의 ‘간택:여인들의 전쟁’, 문현경 작가의 KBS ‘출사표’ 등이 사막의 별똥별 찾기 수상작들이다.


CJ ENM이 드라마제작 자회사 스토디오 드래곤, 스톤뮤직과 함께 신인을 발굴하는 오펜은 후발주자지만 빠른 시간 안에 체계를 잡고 육성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오펜은 2017년 단막극 공모전을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신인작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18년에는 신인 작곡가 공모전, 올해부터는 시트콤 작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2017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의 10편의 방송은 모두 오펜 출신 작가의 작품이며 ‘왕이 된 남자’ 신하은 ‘블랙독’ 박주연 SBS '절대그이’ 장아미, KBS '회사 가기싫어‘ 강원영, MBC '나쁜 형사’ 강이현,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공동집필한 이아연 작가가 오펜 출신이다.


CJ ENM 관계자는 “작가들이 드라마 스테이지로 데뷔할 수 있도록 하며 작가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공동 작업실을 지원한다. 또 오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멘토링, 특강, 세미나 등이 진행되고 있다. 또 개인의 힘으로 취재가 힘든 경찰서를 비롯한 공공기관을 단체 취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 제작사와 작가들의 가교 역할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로고스필름, 에이스스토리,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에스픽처스, 그룹에이트, 하우 픽쳐스 등 국내 유수의 드라마 제작사와 작가 집필 계약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도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스타 작가와의 계약이 최우선이지만 검증된 신인이라는 ‘공모전’ 타이틀이 주는 신뢰가 대본을 한 번 더 읽게 만들고 있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공모전에 입상해 연결이 된 작가와 작업은 항상 기대가 된다. 많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탁된 작품은 검증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작가 계약을 할 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 계약에 관련한 문제나 잡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예민한 사안이라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작가 입장에서, 업계에 맞게 맞춰주려 하는 편이다. 하지만 보통 한, 두 작품 정도 계약을 한다. 많아봤자 두 작품이다. 공모전으로 검증이 됐다고 드라마로 나왔을 때 모두 다 잘되는 건 아니기 않나. 만약에 서로 합이 잘 맞고 드라마도 잘된다면 다음을 생각한다. 사실 이 때가 가장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다. 다른 제작사에서도 접촉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자신이 쓴 이야기로 공감 받고 싶은 작가들의 마음과 좋은 작품을 선점해 화제성과 수익을 올려야 하는 제작, 방송사 입장은 달라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갑과 을로 묶이지만 함께하는 동료, 동업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해나가는 것이 문제 없이 드라마의 퀄리티만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짚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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