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은 대세라는데”…한숨 깊어지는 위스키 업계
입력 2020.11.02 07:00
수정 2020.10.30 15:57
연말 성수기 코앞…점유율 90% 달하는 유흥시장 공백에 직격탄
하이볼 띄우고 있지만 코로나로 랜선 마케팅 외엔 뾰족한 대안 없어
연말 주류 성수기를 앞둔 위스키 업계 표정이 밝지 않다. 한때 고급술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흥시장 부진과 음주문화 변화로 이제는 생존 마저 위협받고 있어서다.
최근 위스키와 탄산수 등을 섞은 ‘하이볼’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전체 위스키 소비에서 90% 이상 차지하는 유흥시장의 공백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위스키 수입량은 1만441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액 역시 7447만달러(약 728억5000만원)로 26.5% 급감했다.
위스키 시장의 불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판매량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위스키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격탄이 됐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인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과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2~3차까지 이어지는 회식 문화가 크게 줄어들고, 유흥업소를 이용한 접대문화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주점이 한때 영업중지(집합금지 명령)에 들어갔고 면세점마저 임시휴업에 돌입하며 그야 말로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70~80%가 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의 경우 소주와 맥주처럼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술이 아닌 데다,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다”며 “경기 침체와 더불어 달라진 주류 문화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위스키 업계는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스키는 추운 날씨에 마신다고 알려진 술이니 만큼 11~12월이 최대 성수기지만, 현재는 가정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볼’ 마케팅 외엔 이렇다 할 만한 대안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마케팅 활동이 자유롭지도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행사가 전면 취소되는 등 제한이 많은 데다 여전히 위스키라고 하면 ‘독한술’이라는 인식과 유흥업소에서 팔던 ‘접대술’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등 어려움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국내 위스키 업계는 일본 위스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경험한 일본에선 2000년대 후반까지 위스키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했지만 2009년부터 전략적으로 반등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일본 위스키 시장은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이볼’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가정용 위스키 소비 비중이 전체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독주라는 이유로 위스키를 기피하던 소비자들에게 위스키를 즐기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준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국내 위스키 업계는 최악의 위기 속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시장 벤치마킹이 대표적이다. 위스키 브랜드들은 새로운 경험과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부드러운 저도주나 칵테일 레시피를 적극 소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유통망을 넓히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업조직 재편을 통해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입점을 확대하며 소비자 접점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밖에 휴대가 용이한 소용량 제품 출시 확대 등 소비 지형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 시장을 제외한 하이볼 마케팅 만으론 한계가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주류 문화가 바뀌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재설정하고 새롭게 구축해 젊은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시에 럭셔리 및 몰트 라인업 강화 등으로 질적 성장을 꾀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