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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담대 이자율 반등에 영끌족 '좌불안석'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10.30 06:00 수정 2020.10.29 10:17

기준금리 인하 후 첫 오름세…밀려든 코로나 대출 '역풍'

생각보다 빠른 이자율 상승 전환에 차주 부담 가중 우려

국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올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이후 처음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몰려드는 대출 수요를 소화하느라 은행들의 자금 조달 사정이 나빠진 역풍으로 풀이된다. 폭등하는 집값을 따라잡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택을 산다는 이른바 영끌 바람이 불면서 너도나도 은행 빚을 끌어 쓴 와중, 생각보다 빨리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차주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은 2.62%로, 전달(2.51%)보다 0.09%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곳들의 금리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같은 기간 2.52%에서 2.71%로 0.19%포인트 오르며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 역시 2.66%에서 2.70%로, 국민은행은 2.51%에서 2.59%로 각각 0.04%포인트와 0.08%포인트씩 해당 이자율이 높아졌다. 이밖에 하나은행도 2.45%에서 2.57%로, 농협은행은 2.42%에서 2.51%로 각각 0.12%포인트와 0.09%포인트씩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했다.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추이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준금리가 인하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반전 흐름이 드러났다는 데 있다. 최근 마지막 기준금리 하향 직후인 지난 4월 평균 2.69%였던 5대 은행들의 조사 대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월 2.61% ▲6월 2.59% ▲7월 2.55% ▲8월 2.51% 등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여 왔다.


한은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는 이유로는 우선 외부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이 꼽힌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장기 금융채 금리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적자국채 확대가 예상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자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아울러 은행 내부의 사정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어려움에 빠진 차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을 많이 내주면서 은행들의 추가 자금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런 측면이 시장이 반영되면서 조달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자금을 끌어 모으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확대되자 은행들이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최근까지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에 나선 영끌족이 많았다는 점이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던 와중, 내려간 기준금리에 힘입어 이자가 저렴해지자 너도 나도 주택담보대출을 끌어 쓴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대출 이자율이 오르게 되면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둘러싼 염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8월과 9월 은행권의 월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잇따라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찍으면서 우려는 한껏 증폭됐다. 5대 은행들이 내준 주택담보대출 잔액만 지난 달 말 총 461조4345억원으로 지난해 말(437조3780억원)보다 5.5%(24조565억원)나 늘어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가 더 이상 인하가 불가능한 실효하한까지 추락해 이제 시중 이자율도 바닥을 치고 반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패닉바잉 심리와 싼 이자에 기대 거액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킨 차주들의 경우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금리 오름세에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잠재적 위험이 가장 낮은 여신으로 꼽히지만, 코로나19가 유래 없는 특수 상황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런 은행 내 판단과 금융당국의 주문 등에 따라 당분간 주택담보대출은 속도조절 모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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