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⑫] 원정요 원장 "트와이스, 어떤 메이크업도 완벽하게 소화해 뿌듯"
입력 2020.10.22 20:08
수정 2020.10.22 21:07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원정요는 압구정동에 위치한 빗앤붓 대표이자 13년차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어려서부터 화장품을 좋아하고 TV에 나오는 무대 위 가수들의 화려한 메이크업을 따라하며 자연스럽게 꿈을 키운 그는, 2008년 대학교를 졸업한 후 샵에 취업하면서 차근차근 꿈을 펼쳐왔다. 빗앤붓을 오픈하려는 결심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안정을 위한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동생들도 생겨나고, 이 친구들도 자리를 잡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더 넓은 공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들어오는 일은 많은데 혼자서 꾸려 하기에는 한계도 있었고요."
현재 원정요 원장은 트와이스 나연, 모모, 사나, 채영과 서현, 소유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트와이스와는 데뷔 전 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왔다.
"트와이스는 시작부터 함께해서 이 친구들이 성장할 때마다 저도 기쁘더라고요. 이 친구들은 얼굴도 예쁘지만 각자 매력이 뚜렷해서 어떤 메이크업이든 소화를 잘 해요. 무대에 올려놓고 보면 뿌듯해요. 5년 동안 봐왔지만 변함없는 친구들이라 더 애정이 가요."
트와이스는 멤버 9명이 아닌, 나연, 모모, 사나, 채영 네 명과 함께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인원 걸그룹이 많아지면서 생긴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9명을 모두 하다가 지금은 나연, 사나, 모모, 채영만 하고 있어요. 너무 버거워서 멤버들을 그렇게 나눠 맡고 있습니다. 예전 아이돌 그룹들은 네 다섯명 이었는데 요즘은 인원수가 많아지다보니 보통은 샵을 나눠서 다니고 있어요. 트와이스 말고 다른 걸그룹중에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아무래도 한 사람 자체가 할 수 있는 시간과 양이 정해져 있다보니 서로가 선택과 집중을 합니다."
걸그룹의 경우에는 콘셉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와 여러 번의 상의를 거쳐 메이크업을 완성한다. 매번 달라지는 콘셉트, 그 안에서 멤버의 또 다른 개성을 살려줘야 하는 메이크업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이런 고민과 수고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서 소홀히 할 수 없다.
"회사에서 음악이나 키워드를 먼저 주면 그에 따른 메이크업을 연구해 시안을 보내요. 최종적으로 회사에 회의해 최종적으로 콘셉트를 정해요.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메이크업이 한정돼 있는데 콘서트를 통해 제 꿈을 펼쳐요. 일단 저는 메이크업을 해줄 때 무조건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입니다. 여자 아이돌이나 배우는 아무래도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저를 찾아주시는 아티스트가 최대한 빛날 수 있게 메이크업을 해요."
서현은 새롭게 그가 맡게된 배우다. JTBC '사생활'에 합류하면서 함께 하게 됐고 방송 후 서현의 이미지 변신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서현 립스틱, 서현 볼터치, 서현 메이크업이란 연관검색어도 생겼다. 이런 반응도 원정요 원장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샵을 바꾸고 저를 찾아주신 아티스트를 대할 때, 그전의 이미지를 바꿔줘야 한다는 저만의 생각이 있어요. 샵을 바꾼다는 건 어느 정도 변화를 원하고 있는 거라고 읽혀요. 방송 후 반응을 모니터링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원정요 원장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지난 6월부터 운영 중이다. 트와이스 멤버들의 메이크업 방법, 쿨톤, 웜톤 제품 추천 등 17개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트와이스 사나 메이크업'은 조회수 11만회를 기록 중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영상을 업로드 하는 일이 고되지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유튜브를 하고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어요.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었거든요. 평소에는 바빠서 잘 촬영하지 못하고 하루 시간을 내서 몰아 콘텐츠를 만들어요. 편집만 맡기고 촬영은 모두 제가 하고 있어요."
원정요 원장은 영상의 댓글을 보며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친절한 설명과 피드백이 도움이 된다는 구독자 댓글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걸그룹 메이크업을 하다보니 구독자들의 신뢰도 높다.
"아무래도 저는 메이크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직접 써보고 경험했던 것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맡고 있는 연예인들의 메이크업을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해소시켜드리고 싶었어요."
원정요 원장은 연예인 메이크업 정보 외 실제로 사용했던 제품들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는 특히 퍼스널컬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쿨톤과 웜톤의 최적화된 제품을 소개한다.
"한 연예인의 촬영 현장에 갔다가 톤과 색조에 따라 결과물이 바뀌는 걸 보고 중요성을 인식했어요. 자신의 얼굴 톤에 맞는 색조를 고르는게 중요한데 생각보다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에게 톤의 중요성과 제가 추천하는 제품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원정요 원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오래 활동하며 겸손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자아도취 되는 순간이 도태가 되는 시작이란 걸 주변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잘됐다고 느낄 때가 있을텐데, 이건 절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해야 해요. 잘 해도 기회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은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면 안됩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즐기면서 일을 해야 실력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샵의 대표원장으로 국내 유명한 연예인들과 작업하고 있지만, 제품 시장조사부터 요즘의 트렌드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공부를 해야 숲과 나무 전체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시장 조사를 많이 나가긴 하는데 제가 워낙 화장품 보는 걸 좋아해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다른 사람들의 유튜브도 많이 모니터링해요. 트렌드를 한 눈에 알기 쉽거든요. 실제로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현장에서도 많이 쓰이고요. 해외 아티스트 인스타그램도 주기적으로 체크해요. 경력이 어느 정도 되면 남이 할 수 있는 걸 볼 기회가 많이 없어요. 서로 어떻게 하는지 공유하면서 공부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 눈과 귀가 막히는 순간 갇혀버리는 것 같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는 지망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메이크업을 진짜 좋아해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과 일찍 시작하는 것보다 많은 걸 보고 즐기다 일할 나이가 되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출신이나 학교가 꼭 중요한 건 아니지만 빠른 성취는 빠른 회의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제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카데미를 꼭 나와야 했지만 요즘은 대학교에 뷰티학과 커리큘럼이 잘 짜여져 있더라고요. 취업도 잘 되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대학교는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경험상 고등학교 졸업 후 빨리 취업한 친구들은, 금방 직급이 올라가는 만큼, 빨리 지치더라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생각보다 여유도 없고 힘든 일이거든요.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러고 있나'란 생각을 하며 회의감에 떠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학교도 다니고 많이 놀러도 다니고, 즐기다가 일할 나이가 되서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원정요 원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빗앳붓 운영, 유튜브 외 더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금의 일과 유튜브를 계속 할 예정이고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하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 꼭 제가 만든 화장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