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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화된 자산 편중, 바로 잡을 기회가 오고 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23 07:00 수정 2020.10.21 10:12

한국 가계자산 80%가 부동산, 365조원 연금 중 주식자산 겨우 4%

올해 주식시장 수급 주도 '동학개미' 자산배분 교정 촉매 역할 기대

올해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가계자산의 구조적 변화가 올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픽사베이 올해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가계자산의 구조적 변화가 올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픽사베이

미국이나 일본 등 비교할 만한 국가들의 통계치를 인용할 것도 없이 한국의 가계자산과 연금자산 배분구조는 기형적이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80% 가까이는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고 나머지도 보험과 예금이 대부분이다.


사적연금인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배분구조도 균형점과는 거리가 멀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사적연금의 자산 총합은 약36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에 주식자산은 4%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 사랑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고 주식과 펀드는 미워해도 너무 미워하는 것 같다.


개인들은 왜 부동산과 주식을 자산배분의 대척점에 세운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화석처럼 굳어진 두 자산에 대한 인식 차이 또는 강화된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바로 부동산은 불패고 주식과 펀드는 필패라는 인식이다. 이 생각은 손바닥 굳은 살처럼 개인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있다. 수십 년 동안 주식과 펀드는 쓴맛만 남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코 가면 안 될 깊은 늪으로 기피해 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반전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동학개미운동이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어떤 이는 달러나 금을 사고 심지어 슈퍼마켓에서 사재기까지 했을 때, 동학개미는 싼 가격에 주식을 담았다. 멋진 성과로 시장은 답을 해 주었고 필패의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바꾸게 해주었다. 나는 이러한 동학개미운동이 주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게 하고 결국 개인들의 자산배분을 교정할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개인들은 본인의 가계자산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부동산과 예금으로 꽉 차 있는 가계자산 구성을 보고 고민할 것이며, 차츰차츰 주식과 펀드로 바꾸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할 것이다. 퇴직연금 자산 관리에도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지금까지는 편입자산의 대부분이 정기예금이었다면 앞으로는 좋은 주식형펀드를 조금이라도 넣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것이다.


이렇듯 투자문화가 진보해 간다면 뒤틀린 개인들의 자산배분도 머지않아 바로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이런 투자문화 변화와 함께 업계의 깊은 고민과 개선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판매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혹시라도 고객의 눈길을 가로막아, 어렵사리 주식과 펀드로 돌린 발걸음에 실망을 준다면 그 아쉬움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얼마 전, 내가 아는 지인이 우리회사 펀드를 가입하기 위해 판매사인 은행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은행 상담직원은 지인이 원하는 상품대신 엉뚱한 상품을 권유했다고 한다. 고객이 운용사를 직접 만날 수 없어 생긴 일이라고 본다. 사정이야 자세히 알 순 없겠지만, 상담직원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랬다면 정당치 않은 일이다. 다행히 우리 회사와 같은 직접판매 자산운용사는 MTS(Mobile Trading System)를 통해 고객이 펀드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직접판매 운용사가 늘어난다면 이런 소통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일반펀드 사례와 마찬가지로 퇴직연금펀드도 유통구조를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향후 퇴직연금은 회사가 책임지는 확정급여형(DB형)에서 근로자가 관리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리고 예금 같은 원금보존형보다는 주식형펀드와 같은 실적상품을 더 찾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될 때 퇴직연금 사업장인 기업(근로자)은 운용사와의 소통을 더 바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는 그런 길이 막혀있다.


나는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제안한다. 퇴직연금사업장인 기업(근로자)과 운용사가 직접 만나는 “대한민국 연금자산운용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기업과 근로자들은 운용사 관계자들을 만나 펀드에 대한 많은 것을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고민을 풀어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운용사는 고객을 직접 만남으로써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자리가 될 것이다. 퇴직연금은 업계의 이해관계가 큰 사업이다 보니 금융당국이 키를 잡고 추진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나는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많은 가치들 중에서 특히 균형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삶을 지배하는 자산관리에 있어서 그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 부디 동학개미운동으로 촉발된 주식과 펀드에 대한 관심이, 균형 잡힌 자산배분구조를 이뤄가는데 큰 역할을 하길 소망한다. 아울러 주식과 펀드로 어렵게 돌려진 발걸음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관련 당국과 업계의 과감한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

글/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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