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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北 총살 공무원 아들에 '타이핑 답장'…유족·야권 분노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0.14 14:33 수정 2020.10.14 14:35

文대통령, 피격 공무원 아들 자필 편지에 타이핑 답장

유족 "무시당한 기분 들어…내용도 그간 밝힌 내용뿐"

국민의힘 "북한엔 성심성의 대통령, 국민들은 자괴감"

김근식 "아들 절규와 호소에 일언반구 답 없어…형식적 면피"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게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이 보낸 편지에 친필이 아닌 타이핑으로 답장을 야권과 유족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공무원 A씨 아들에 보낸 답장에서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한다.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답장은 앞서 A씨의 아들이 아버지 사건의 진상규명을 바라며 자필로 쓴 편지에 대한 답변이다.


A씨 아들은 편지에서 정부와 군 당국의 안일한 행동을 질타하며 "지금 저희가 겪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는가,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답장은 그간 정부 측이 견지했던 원론적인 입장을 담고 있는 것에 더해 자필이 아닌 타이핑으로 작성된 점, 친필 사인조차 없던 점 때문에 유족과 야권으로부터 실망스럽다는 평가와 함께 분노의 목소리를 촉발시켰다.


A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같은 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편지가 도착했을 땐 먹먹한 마음에 뜯어보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막상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며 "손편지가 아닌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로 A4 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으로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내용도 그동안 문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밝혀왔던 내용일 뿐 추가된 대책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도 함께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며 "편지를 받은 유가족은 절망으로 남은 힘도 없을 것이다.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 정작 애가 타들어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의 자괴감만 커져가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다"며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쓴 아들의 애절한 손편지와 타이핑으로 쳐서 프린터로 출력한 대통령의 의례적 인쇄물 편지, 문 대통령 친필 서명조차 없는 활자편지에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기다려보자' 등 내용도 이미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대통령의 워딩 그대로다.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묻겠다'는 말은 아버지 죽음의 진상규명과 북한의 책임 추궁 이외에 월북의 진실과 아버지 책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이라며 "아버지가 죽어갈 때 나라는 무엇을 했냐는 아들의 절규와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는 호소엔 일언반구 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내용과 형식 모두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보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며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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