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성소수자'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선이 달라졌다
입력 2020.10.08 14:45
수정 2020.10.08 14:49
트로트 가수 권도운이 지난 6일 데뷔 10주년을 맞아 성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고 싶다며 커밍아웃했다.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이었지만 대중은 쉽지 않았을 그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성소수자를 마주하는 대중의 시선과 미디어의 변화가 확실히 달라졌다.
커밍아웃 후 권도운은 소속사를 통해"홍석천 선배님의 커밍아웃 선언 이후, 언젠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 우리 사회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주고 싶은 꿈이 있었다. 저는 더 이상 여한이 없고, 너무나도 행복하고 후련한 심정이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앞서 2017년 아이돌 그룹 탑독 출신 한솔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도중 자신이 여자와 남자 누구에게도 성욕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자라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이같은 사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았지만 팬들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엠넷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솜혜인 역시 양성애자임을 밝힌 후 팬층이 더 넓어졌다. 그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고 동성애를 혐오할 수 있다. 혐오해도 된다. 그건 각자의 가치관이고 제가 동성애를 이해해달라고 좋아해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 저 좋아해달라고, 알아달라는게 아니다. 그저 남들과 똑같이 연애하고 사랑하는 걸 숨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커밍아웃을 한 이유를 밝혔다. 이후 1년 간의 연애가 끝났을 때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을 위해 결별 사실을 공개적으로 전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2000년 홍석천이 커밍아웃해 연예계에서 외면 당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그림이다. 그는 연예인 중 처음으로 자신이 게이라고 밝히며 출연하고 있던 MBC '뽀뽀뽀'에서 퇴출 당했다. 이후 3년이 지나서야 김수현 작가의 SBS '완전한 사랑'에서 동성애자 디저이너 승조 역으로 복귀했다.
현재도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여기에 미디어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김수현 작가는 '완전한 사랑'(2003)에서 게이 승조를 조연으로 설정했지만 '인생은 아름다워'(2011)에서는 남자를 사랑하는 양태섭(송창의 분)과 경수(이상우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당시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다양성을 인정한다, 불편하다는 시각으로 나뉘었다. 법무부는 동성애의 비중이 높아지자 교화방송 의도와 맞지 않는다고 '인생은 다름다워'를 방송을 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동성애를 차별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대응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다양성의 화두를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쌍화점'(2008), '개인의 취향'(2010), '시크릿 가든'(2011) '선암여고 탐정단'(2015) 등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꾸준히 다뤄 더 이상 시청자에게 낯선 설정이 아니게 된 것이다. 올해에도 '이태원 클라쓰',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트랜스젠더, 게이 캐릭터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시선을 성숙하게 그려냈다. 극중 인남(황정민)이 목숨을 걸고 납치범에서 구한 딸 유민(박소이)을 트랜스젠더 유이(박정민)에게 맡기며 죽음을 맞는다. 이는 여성이 되도 출산이 불가능한 트랜스젠더와 아이가 새 가족 형태로 묶이면서 성정체성을 떠나 가장 소중한 딸을 믿고 넘길 수 있는 똑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