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D-30 ①] 트럼프가 2명?…'막말'로 얼룩진 TV토론회
입력 2020.10.02 10:00
수정 2020.10.01 22:41
트럼프 '밀어붙이기' VS 바이든 '맞불'
바이든 '판정승' 평가 나오지만
일부 조사선 트럼프 우세 확인돼
美 유권자, '비방 토론회'에 실망 분위기
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1차 TV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했다.
여론조사상 열세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밀어붙이기'에 주력했고, 바이든 후보는 예측을 뛰어넘는 '맞불 작전'으로 응수했다. 미 언론들은 막말·비방으로 얼룩진 이번 토론회에 혹평을 쏟아냈다.
트럼프, 주도권 쥐고 맹공 퍼부어
'메시지' 아닌 '메신저' 공격 주력
지난 대선 승리공식인 '집토끼 단속'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 케이스리저브웨스턴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시종일관을 주도권을 행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메시지'에 해당하는 정책·공약에 대한 논쟁보다 '메신저'인 바이든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고령(77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다 할 근거 없이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가 어떤 답변을 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없도록 호통치고 괴롭히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 당시 외연 확장보다 '집토끼 단속'에 주력해 승리를 거둔 트럼프 대통령이 검증된 승리 공식을 재연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에게 자제를 촉구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 물음에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여, 물러서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말했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네오파시즘을 추종하는 백인 남성 단체이다.
NBC 뉴스에 따르면, 프라우드 보이즈는 토론회 당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물러서서 대기하라"는 문구를 단체 슬로건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나는 프라우드 보이즈를 잘 모른다"며 "그들이 물러나야 한다(stand down)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입 다물라…지껄여보라"
바이든, 트럼프 공세에 '맞불'로 대응
'건강 이상'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 공세에 사실상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섰다. 토론회 약세가 점쳐졌던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맞불을 놓으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봐, 입 좀 다물지?(Would you shut up, man?)" "계속 지껄여보시지(Keep yapping, man)"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의 맞불 전략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응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당시 민주당은 트럼프 공세와 관련해 '그들이 저급하게 굴더라도 우리는 품위를 지킨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전략을 추구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후보가 큰 실수 없이 토론회를 마침에 따라 트럼프 캠프 측이 줄곧 제기해온 '건강 이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 측은 바이든 후보를 '졸린 조(sleepy Joe)'에 비유하며 건강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바이든 후보는 토론회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남기며 "여러분이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거짓말이 4년 더 유지되도록 할 것인가. 여러분은 미국의 다음 4년이 어떻게 보일지를 결정하는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를 더 찢어놓는 게 아니라 단합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식 여론조사선 바이든 '판정승'
트위터 여론조사선 트럼프 우세
"토론회, 일종의 아수라장…실망했다"
미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바이든 후보가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놨다. 다만 일부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CNN과 여론조사 기관 SSRS가 토론을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0%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8%로 집계됐다. CNN은 조사 대상자 중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이 각각 39%, 36%라고 밝혔다.
비영리 공영방송 CSPAN은 트위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트럼프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승리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29%로 파악됐다. 트위터 여론조사는 공식 여론조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약식' 조사로 평가된다.
한편 미 유권자들은 승패와 별개로 이번 토론회가 상호 비방전에 그쳤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로레인 자파타는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이 돼야 한다"며 "상대방 얘기에 귀 기울이고 답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보인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톰 블론델씨는 KTT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토론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일종의 아수라장 같았다. 두 후보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내용도 없었다. 실망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