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소송전 본격화 예고..."공항 말고 법정서 봅시다"

제주-이스타 맞소송가나...아시아나 둘러싼 소송도 가능성

이달부터 계약 파기 책임 둘러싼 법정공방 시작될지 주목

제주항공-이스타항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빅딜이 노딜로 귀결되면서 이달부터 계약 파기 책임을 둘러싼 소송전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이스타항공이 조만간 제주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을 둘러싼 HDC현대산업개발과 KDB산업은행간 법정 공방도 예고되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제주항공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미지급금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M&A 과정에서 제주항공의 요구대로 운항중단(셧다운) 조치를 단행하면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주장 요지다.

제주항공의 영업 중단 요구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M&A 약속 믿고 요구를 이행했는데 계약 파기로 회사가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의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는 앞서 지난달 17일 제주항공을 상대로 주식매수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모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M&A를 포기한 것으로 계약 해지권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 재매각 추진과 별도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도 이스타홀딩스를 상대로 계약금 11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의 반환 소송을 검토 중이어서 양사간 맞소송전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도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이 걸려 있는 만큼 반환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인 산은은 지난달 11일 아시아나 M&A의 계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계약금 반환 소송이 진행될 개연성을 언급했고 HDC현산도 나흘뒤인 15일 법적 차원에서 관련 검토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등 언제라도 소송 제기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달 2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계약금 반환소송 관련 “조용히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HDC현산이 순순히 2500억원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 과정에서 HDC현산이 향후 소송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려는 포석을 취한 만큼 향후 법정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소송전이 한번 시작되면 장기간 법정공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KDB산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