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결국 노딜...플랜 B 본격 가동
입력 2020.09.11 18:05
수정 2020.09.11 18:08
10개월만에 결국 파국...6년만에 채권단 경영체제로
채권단 8000억 규모 영구채 출자전환으로 대주주 지위
기안기금 2조 투입 유력 ‘숨통’...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지 9개월만이다.
M&A 무산으로 6년 만에 채권단 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된 가운데 향후 재매각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11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HDC현산에도 인수 계약 해지를 최종 통보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아무런 소득없이 10개월만에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2월 27일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과 6개 계열사를 2조5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날 공식적인 노딜(거래무산) 선언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금호산업과 HDC현산간 펼쳐진 줄다리기는 끝을 맺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은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발생된 거래 당사자간 인식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결과다.
당초 거래 종결 시한은 지난달 12일이었지만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의 인수 의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최종 통보를 미뤄왔다.
그 사이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와 권순호 HDC현산 대표에 이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간 회동이 잇따라 이뤄졌지만 HDC현산이 ‘12주간 재실사’를 고집한 채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최종 무산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인식이다.
금호산업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으로 중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사업 등 투자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이러한 투자 계획들은 다소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부산되면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의 본질적인 현금흐름과 영업 상황 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호산업의 본질 가치는 전혀 변한 게 없으며 금호고속 역시 코로나19로 잠시 어렵기는 하지만 곧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서 당분간 한국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놓이게 됐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지난 2009년 12월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밟은 바 있다.
회사는 자율협약을 체결한 지 5년만인 지난 2014년 12월에 졸업했는데 이번에 다시 6년만에 채권단 경영 체제로 다시 들어가게 됐다.
채권단은 우선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출자전환으로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2조원 규모의 기안기급 투입을 통해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경영 정상화에 전력한 뒤 업황 회복에 맞춰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계획이다.
매각 무산으로 채권단의 플랜B가 본격 가동되는 것으로 첫 단추가 잘 끼워지기 위한 필수 조건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투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기자본은 올해 반기 기준 약 5600억원(개별 4800억원)에 불과하고 지난 6월 말 기준자본잠식율은 49.8%에 달하며 지난해 말 18.6%에 비해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 당장 자금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태다.
공식적인 노딜 선언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서 정부는 당장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처리 방안을 논의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 이어 약 2조원 가량의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 회의가 연이어 열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 약 2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기안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안건으로 다뤄지는데 지원이 결정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의 첫 지원 대상이 된다.
회사 관계자는 "기안기금 신청에 대해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를 위한 조치"라며 "2분기 화물 수요 증가로 깜짝 흑자를 달성하는 등 여객 수요 부진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해 나가고 있는 만큼 실적 구조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안기금 지원을 받게 되면 향후 재매각 추진시 HDC현산과 논의됐던 통매각이 아닌 분리매각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재 매각 대상 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세이버 등 6개 자회사인데 기안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가 계열사 지원 금지여서 아시아나에 투입되는 자금이 자회사들로 수혈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안기금이 투입돼도 체질개선을 위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도 향후 업황 회복에 맞춰 재매각을 시도한다는 방침 하에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내 제 2의 항공사라는 매력적인 강점이 있는 만큼 업황 회복시 재매각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채권단 체재 하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각오해야 하는 등 향후 그 과정은 험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