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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정치적 함정에 빠진 영화 ‘뮬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17 13:03 수정 2020.09.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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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봉된 디즈니 영화 ‘뮬란’(Mulan)에 적신호가 켜졌다. ‘뮬란’은 국내에서는 모처럼 등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예매율은 30%대로 저조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사는 2018년부터 개봉을 연기해 오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정치적 논란으로 극장을 통한 매출 확보가 어려워지자 9월 4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유료 공개했다. 그리고 디즈니플러스가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 한해 극장 개봉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여전사 화목란(花木蘭)의 활약을 다룬 영화 ‘뮬란’은 왜 정치적인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일까?


먼저 홍콩 민주화에 대한 중국의 탄압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중국 우한 출생 미국인 ‘류이페이(유역비)’는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이 확산되던 당시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말해 영화 팬들의 분노를 샀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뮬란’을 보지 않겠다는 ‘보이콧뮬란’ 운동이 시작됐고 홍콩, 대만, 태국 등에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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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인권문제도 원인이다. 월트디즈니는 ‘뮬란’의 엔딩 장면에서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 공안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에 감사 메시지를 실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티베트 소수 민족 인권탄압 의혹의 중심인 강제 수용소가 설치된 곳으로 중국 정부가 위구르 자치구 강제 수용소에 100만 명을 수용해 세뇌교육을 진행했던 장소다. 영화 팬들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감사 메시지가 “독일에서 촬영하고 나치에 감사를 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미·중간의 패권경쟁과 무역 분쟁으로 고조된 양국 간의 갈등도 역할을 했다.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발원지 논란과 무역 분쟁으로 양국 간의 갈등수위는 높아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역사를 통해 중국인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용기를 보여주는 영화를 미국 관객들이 선호할 가능성은 낮다.


영화와 정치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만큼 정치적인 것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영화는 정치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통해 정치적 이념이 대중에게 쉽게 전파할 수 있고, 정치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향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영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상업적인 오락영화라고 할지라도 작가나 감독의 이데올로기가 담겨져 있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영화를 오락과 산업의 일부분으로 보지만 전체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선전의 도구로 이용한다. 또한 대중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화인들을 중요시한다. 1920년대 소비에트 영화나 1930년대 독일의 나치 영화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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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영화가 정치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정치에 참여하는 배우나 감독들도 증가하고 있다. 영화가 강력한 정치적 도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로 정치, 사회적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정치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가 정치화될 경우 관객들은 그 의도를 인식해 외면하기 때문이다.


영화 ‘뮬란’은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제작되어 특정한 정치적 요인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중 패권경쟁과 홍콩사태 등 국제적 여건변화로 정치적 함정에 빠지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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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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