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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시대 한일관계⑮] 습관적 불매운동 1년…"불꽃 더 살아날 수 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9.17 07:01 수정 2020.09.16 21:50

국내 소비자 ‘안 먹고 안 쓴다’ 인식 명확

업태 막론 확산…퇴출 되거나 버티기 들어간 기업들 다수

전문가 “향후 불매운동 지속 되고 강도 더 높아질 것”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지 1년이 지났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유통가를 데우고 있다.


‘안 먹고 안 쓴다’는 인식이 일상생활 속에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매출이 급락한 일부 기업은 퇴출 수순을 밟거나 마냥 버티기에 들어갔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NO 재팬’ 운동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다르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업태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며 동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일본 소비재 판매 실적 회복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 아베 외교를 계승할 인물이 총리에 올랐고, 전 정권의 핵심 각료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당분간 유통업계의 긴장은 계속 될 것으로 예측된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일본산 맥주의 올해 6월 수입액은 한 달간 28만 1000달러(약 3억3280만원)로 나타나 지난해 6월 대비 96.4% 급감했다. 불매운동 전 수입맥주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는 유통·외식업계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실제로 한 편의점 업체의 일본 맥주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78.9%가 줄어든 데 이어, 4분기에는 전년 대비 94%가 감소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는 작년 대비 각각 94.1%, 94.6%가 줄었다.


대형마트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역시 현재까지 일본 맥주 발주를 중단하고 있거나, 소량만 발주하고 있다. 일본 맥주가 시장에서 쫓겨나듯 사라진 이유는 대체재를 찾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미국·유럽산 맥주는 일본 맥주가 차지하던 자리를 금세 메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부터 판매가 안되니 재고가 계속 남아서 발주도 자연스레 못하고 있다”면서 “유통기한 지나면서 자연스레 매대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담배의 경우에도 작년 2분기 대비 평균 93.3% 급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올해 7월 26일 발표 자료를 보면 한국의 대일 수입액 비중이 9.5%로 1965년 수출입액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뉴시스

특히 일본계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최초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작년 7월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하’ 발언을 계기로 집중 표적의 대상이 됐다.


1년 새 대형점포인 강남점 등 매장 20개 이상이 폐점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6월 국내 187곳이었던 유니클로 매장은 올해 8월 말 기준 164곳으로 줄어들었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유는 한국 진출 1년 8개월 만에 한국 내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결단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서울 시내 유니클로 매장 모습.ⓒ뉴시스 서울 시내 유니클로 매장 모습.ⓒ뉴시스

아직 사업 철수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실적 악화에 힘겨워하는 일본계 기업도 다수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93.4% 감소해 71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데상트코리아의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은 47개 단독 매장의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대부분 매장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회사 측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쇼핑몰 등 입점 채널에 철수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2018년 국내에 진출해 23개까지 매장 수를 늘린 일본 햄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도 경영난으로 매장을 순차 폐점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화장품 브랜드 DHC도 불매운동으로 H&B스토어를 비롯한 이커머스 등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퇴출당해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전문가는 한일 외교관계 악화로 불매운동 다시 불붙을 경우 식음료는 물론 패션, 화장품 등 일본계 소비재 국내 시장 퇴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학회장을 역임했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불매운동은 장기화 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과 캠페인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 젊은 사람들 위주로 자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 콘텐츠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는 데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상당 부분이 국산화로 바뀌면서 일본의 의존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며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됐기 때문에 한일간의 민간 접촉 마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한일간의 대립구조 프레임이 바뀌긴 어려울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후임으로 아베의 영혼과 같은 사람이 자리를 대체하게 된 데다, 문재인 정권도 아직 기간이 남아 있어 국가간 타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제품이 아니어도 대체 상품이 무궁무진한 상황에서 불매운동은 국내 진입한 일본 기업의 타격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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