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거짓말 빠진 秋의 사과…與 '검찰에 맡기자'며 국면전환
입력 2020.09.14 11:54
수정 2020.09.14 11:54
"검찰수사에 맡기자"며 핵심의혹 비켜가기
일부 의혹은 '정치공세' '가짜뉴스' 규정
'보좌관 통화' '秋 거짓말' 등은 쏙 빼
野 "정상적 수사 어렵다"…특임검사 촉구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사과를 계기로 민주당 지도부가 국면전환에 들어가려는 분위기다. '황제휴가' 논란의 몸통인 외압과 보좌관의 전화 등은 "검찰수사에 맡기자"고 덮는 한편,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역공을 펼치며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핵심인 불공정 문제는 교묘하게 비켜간 채 여야 간 '불필요한' 정치공방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이낙연 대표는 "확실한 진실은 검찰수사로 가려질 것이다.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길 바란다"며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면서 검찰수사를 돕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고 말했다. 추 장관 사태와 관련해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야당이나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실제적 진실규명은 검찰수사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야당이)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 엄호에 적극적이던 김종민 최고위원은 "서 일병의 부대배치 관련 청탁을 했다는 게 2017년 1월 25일인데 이 때는 박근혜 정부 말기 탄핵이 논의되던 시점"이라며 "(당시 추 대표는) 최고위에서 계엄령이 준비되고 있다는 발언을 해서 민주당과 국방부 간에 큰 갈등과 신경전이 예민했던 시기다. 그런 시기에 야당 대표가 아들 문제로 국방부에 청탁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의혹"이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의혹의 시작이자 핵심인 휴가연장 과정의 외압은 언급을 피해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원성 문의전화"라는 해명이 나왔다.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 보좌관의 전화통화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지난 2019년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외부로 불러내 군인사 관련 논의를 할 정도임을 감안하면, 국방부와 해당부대가 받았을 압력이 적지 않았을 것을 추정해볼 수 있다.
추 대표는 전날 사과문을 통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보좌관의 전화와 외압 등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이 없다" "보좌관이 왜 사적인 지시를 받겠느냐"며 국회에서 한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계속 함구했다. 대신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를 액면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에 검찰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수사했다가 만신창이가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사실상 패싱하고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야권은 검찰의 수사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특임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관의 아들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장관의 인사권에 운명이 결정돼 있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며 "지금 동부지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