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권설' 민주당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
입력 2020.09.04 00:05
수정 2020.09.04 04:29
이낙연·김종민 등 김종인 대권가능성 전망
반감 큰 정청래 "대권행보"라며 계속 주장
대권가능성 인정, 일각선 민주당 정략 의심
"지지율 좁혀지니 대권설로 김종인 흔들기"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공식석상이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주목할 것은 진원지가 국민의힘이 아닌 주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한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립이 쎈 대표가 성과를 낸다면 위기가 강한 보수당 문화에서 이걸 치고 들어올 대선 후보가 생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종인 체제가 더 연장된다면 김 위원장이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대선후보로) 홍준표, 안철수, 오세훈 이런 옛날에 나왔던 분들이 있을텐데 김 위원장이 '이제 흘러간 물은 그만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느냐"며 "그게 먹힐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낙연 대표는 김 위원장의 대권출마설과 관련해 "그런 이야기를 바람결에 들은 적은 있다"면서 "그 당과 국민들이 하실 일이다. 어떤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측근으로 통했던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3자가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객관적으로 보면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온다고 했을 때 다들 놀랬고, 대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또 한 번 놀라지 않았었느냐"며 "국민의힘으로 위치를 바꿨을 뿐, 위기의 당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이목을 끌어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진취적인 정당으로 변모시키겠다'며 국민의힘 지휘봉을 잡은 김 위원장은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간 광주 5·18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읽었고,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를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포함시키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의 보수색을 빼고 중도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이전 보수정당의 '관리형' 비대위원장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대선도전을 점치는 시각이 있다. 하태경 의원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면 국민의 기대감이 질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나이가 많다고 대선주자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 대권설을 유독 민주당 인사들이 자주 거론한다는 점에서 정략적 의도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본인의 대권욕심으로 비춰지게 만들어 혁신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 배제돼 김 위원장에게 반감이 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대권도전설의 군불을 피우는 것을 그 예로 꼽는다.
보수진영의 한 중진의원은 "김 위원장이 킹메이커 선언을 했기 때문에 지금 당을 변화시키는데 잡음이 크지 않은 것"이라며 "대선 도전 여부는 추후 당원과 국민의 의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 그것도 민주당에서 대권설을 언급하는 것은 혁신의 힘을 빼기 위한 일종의 술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두 배 차이나던 지지율이 좁혀지니 민주당도 급해진 것 같은데, 정략에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