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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이상직, 항공업계 드리운 오너 리스크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9.13 06:00 수정 2020.09.13 01:48

아시아나·이스타 매각 무산으로 불거지는 책임론

회사 위기 극복은 물론 항공산업 재편에도 악영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자료사진)ⓒ데일리안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자료사진)ⓒ데일리안

항공업계의 오너리스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까지 잇달아 무산되면서 그동안 가려져 온 오너들의 과거 유산들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이은 빅딜(Big Deal·대형거래)로 주목받았던 2건의 항공사 M&A가 모두 노딜(No Deal·거래 무산)로 귀결되면서 오너였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주(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둘 모두 이미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이지만 매각 무산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부실 책임 원죄론 부상


박 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발목을 잡히며 지난해 3월 말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전 회장의 사퇴 직후인 그 해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이 추진됐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은 이번 인수 무산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부실경영으로 매각에 이르게 한 원죄가 있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공정위가 계열사 부당 내부 거래를 문제 삼아 박 전 회장을 고발하면서 이러한 '오너 리스크'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했다고 판단하고 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박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룹 총수가 전 계열사의 동반 부실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도 경영권 회복을 위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무리하게 계열사 가용자원을 활용해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하려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체제하로 넘어가면서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투입 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 논란이 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단기간 내 부실화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됐던 부실이 드러난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기안기금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미 기안기금 투입 결정이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강력한 책임감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경영혁신 등 대규모 자금 지원에 걸맞는 책임있는 조치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또 그동안 부실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정확한 경영 진단을 통해 이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방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는 아시아나항공에 그치지 않고 금호아시아나의 그룹 재건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건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금호고속의 차입금 상환 문제가 걸려 있고 금호산업도 아시아나 매각 대금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 M&A 무산으로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 향후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에 오르면 차등 감자가 이뤄질 수 있는 등 추가적인 부정적인 영향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의 상황이 당장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룹 재건 계획은 늦춰질 수 밖에 없어 향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이상직, 직원들 대량 실업에도 묵묵부답 일관...무책임 비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매각 무산에 이은 직원들의 대량 실업 사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비판의 한복판에 서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는데도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임직원들의 체불 임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주항공과 M&A가 무산 위기에 처하자 지난 6월 29일 입장문을 통해 두 자녀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39%(액 410억원 수준)를 매각해 임금 체불 등을 해결하겠다고 밝히기는 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서 지분 헌납이 사실상 실효성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사재 출연 등 추가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월부터 직원들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을 체납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했는데 오너 일가는 이에 대해서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노조의 비판도 나왔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약 5억원의 고용보험료 체납분과 매달 약 5억~10억원만 부담하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통해 최소한 직원들의 고용을 일정기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회사와 오너는 이를 외면한채 대량해고를 단행했다.


이 의원은 창업주일뿐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라고 해명했지만 두 자녀가 지주회사(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오너가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 의원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재산과 생활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지만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책임과 직원들의 체불임금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히려 오너 일가는 이스타항공에서 손을 떼는 모습이다.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최근 이스타항공에 등기이사직 사임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7월 1일자로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직에서 사임한 데 이어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제주항공과의 M&A에 차질이 빚어지지면서 회사의 경영 악화가 수면 위에 드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오히려 회사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창업주로서 회사를 살리고 직원들을 보호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사재 일부 출연 등 최소한의 노력만이라도 보여줬다면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지난 7월 2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 고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스타항공 노조가 지난 7월 2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 고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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