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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금융위기 때보다 수익성 더 나빠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9.10 05:00 수정 2020.09.09 14:12

올해 상반기 평균 ROA 0.6% 그쳐…2009년 수준 밑돌아

코로나發 경기 침체 직격탄…부족한 대응 여력에 위기감

국내 지방은행 총자산순이익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 총자산순이익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의 수익성이 올해 들어 일제히 곤두박질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쁜 수준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방은행들도 역풍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제의 골이 깊어만 가는 가운데 대형 시중은행들에 앞서 비교적 덩치가 작은 지방은행들이 먼저 위기에 내몰리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국내 5개 지방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평균 0.60%로 전년 동기(0.75%) 대비 0.1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ROA가 낮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ROA는 기업의 일정 기간 순이익을 총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은행별로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선 대구은행의 ROA가 같은 기간 0.67%에서 0.47%로 0.20%포인트 하락하며 최저를 기록했다. 경남은행도 0.63%에서 0.53%로, 부산은행은 0.82%에서 0.63%로 각각 0.10%포인트와 0.19%포인트씩 해당 수치가 떨어졌다. 이밖에 전북은행은 0.84%에서 0.16%포인트 낮아진 0.68%, 광주은행은 0.81%에서 0.10%포인트 떨어진 0.70%의 ROA를 나타냈다.


이 같은 지방은행들의 ROA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로 금융권이 고비를 넘기던 10여년 전보다도 더 낮아진 성적이다.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금융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 한 2009년 지방은행들의 평균 ROA는 0.71%로, 올해보다 0.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 역시 은행별로 살펴봐도 당시 대구은행(0.61%)·전북은행(0.75%)·부산은행(0.85%)·경남은행(0.93%) 등의 ROA는 지금보다 모두 높은 편이었다. 광주은행(0.39%)만 현재보다 낮은 ROA에 머물렀다.


이렇게 지방은행들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BNK금융·DGB금융·JB금융 등 조사 대상 지방은행들이 속한 금융지주들은 올해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을 전년 동기(2611억원) 대비 31.4%(819억원) 증가한 3430억원까지 늘려 잡았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이는 은행 대출에서 향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데 따른 판단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실 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빚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금융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지점은 코로나19 이후 정부 주도로 본격 실행된 금융지원에 따른 리스크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라는 정부의 주문에 지난 4월부터 금융사들은 관련 대출을 빠르게 늘려 왔다. 아직 관련 대출이 실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은행 등을 찾은 관련 차주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잠재적 부실 위험이 상당할 수 있다는 평이다.


더욱이 전국구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 대비 여력이 부족한 지방은행들 입장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말 지방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0.79%로 시중은행(0.38%)들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코로나19로 지방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한 지방은행들이 새로 내준 대출에서 향후 부실이 발생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지방은행들의 손실 흡수 능력도 시중은행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올해 6월 말 지방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90.6%에 머무른 반면, 시중은행들은 평균 134.8%에 달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00%보다 낮다는 건 부실대출이 모두 부도났을 경우 은행이 쌓아뒀던 충당금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단 의미다. 은행별로는 광주은행만 105.0%로 100%를 넘겼고, 나머지 대구은행(95.1%), 부산은행(91.3%), 전북은행(93.2%), 경남은행(79.2%) 등은 이를 밑돌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은 영업 기반의 특성 상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코로나19에 민감한 업종 관련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아, 실물 경제 위기에 보다 취약한 여신 건전성 구조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시중은행들보다 먼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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