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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무공천 요구한 국민의힘…'원칙·협치' 강조한 이낙연에 외통수로?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9.09 04:00 수정 2020.09.09 05:22

민주당 당헌, "당 인사 잘못으로 보궐선거 시 무공천" 명시

주호영 "박원순·오거돈 범죄행위로 선거비용만 무려 838억"

이낙연, 무공천 여부 즉답 피해와…"더 급한 일 부터", "연말쯤"

원칙 지키자니 상황 녹록치 않고, 안 지키자니 비난 불 보듯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원칙'과 '협치'를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스스로 세운 원칙에 따라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새롭게 민주당을 이끌게 된 이낙연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원칙'과 '협치'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어,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범죄행위로 내년도 재보궐 선거비용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산으로 무려 838억 원이 들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겨냥한 민주당의 '무공천 약속'은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을 근거로 한다. 민주당은 해당 조항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월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를 당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지난 5월 부하직원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고 직을 사임해 실시하게 됐다.


따라서 해당 당헌을 명문 그대로 적용해, 민주당이 소속 인사를 내년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5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재임 당시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한다"며 당헌 96조 2항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만들어진 당헌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말씀에 책임지시고,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간 보궐선거 무공천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는 지난 31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더 급한 일을 처리하면서 늦기 전에 책임 있게 결정할 것"이라며 즉답을 회피했고,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보궐선거 공천 논의는 연말쯤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답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에 있어 이 대표가 외통수에 걸린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헌상으로는 무공천을 하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행보지만, 이 대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녹록치 않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쳐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쳐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소규모 선거도 아니고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하면 당원들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소속 인사들 입장에선 정당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며 "대권 주자로 올라서기 위해 당내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절실한 이 대표로서는 결국 무공천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무소속 형태로 민주당 성향이 확실한 후보를 내 명목상 무공천 원칙을 지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어찌 됐든 패배한다면 이 대표가 책임론을 뒤집어쓰게 된다. 부담이 배로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취임 후 일성으로 '원칙'을 거듭해서 강조했던 점을 자극하며 '원칙에 따른 무공천'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갈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 무공천 강제 규정이 없음에도 자당 인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경남 의령군수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당의 당헌·당규는 '국민과의 약속' 아닌가, 민주당 스스로 만든 당헌을 근거로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 뿐"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국민들에게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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