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연 잡히고 있을까…“온갖 규제로 거래 틀어막은 효과”
입력 2020.09.08 06:00
수정 2020.09.08 04:36
지난달 서울 거래량 지난해 대비 반토막
“거래표본 줄었기에 집값 조정 효과로 보이는 것”
“현장 체감은 통계와 달라, 강남 집주인들 느긋”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막히다시피 하니, 매매물건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규제가 풀리면 그동안 눌러왔던 가격이 폭발할 텐데 이게 과연 정상적으로 집값이 잡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잠실동 A공인중개사 대표)
#강남 집값이 잡히고 있다고요? 거래량은 3분의 1로 줄었어도 현장 체감으로 집값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꼭 팔아야 할 사람들은 이미 다 팔았고, 지금은 반포나 한남동 가릴 것 없이 호가 아니면 판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반포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
8일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상승한 0.38을 기록했다. 강남은 0.36→0.33으로 강북은 0.51→0.44로 상승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 상승률은 전주와 동일한 상승폭인 0.1%를 기록했다.
국가승인통계와 민간통계 모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완화되는 모양새지만 현장 체감 목소리는 달랐다. 현재 서울에서는 매매와 전세 거래절벽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곳곳에서 고가와 중저가 주택을 가리지 않고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강남지역 위주로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가 끝나면서 인근 아파트 상승세를 곧바로 따라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압구정과 반포동 집주인들은 느긋한 분위기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드시 집을 처분해야 하는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정리를 끝낸 상태다. 전세를 월세로 돌려 늘어난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손해를 보고 집을 파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집계 결과, 지난달 매매와 전세 거래량은 모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반토막을 기록했다. 매매는 6606건→3219건, 전세는 1만2476건→7830건으로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신고가는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토지거래허가제를 뚫고 신고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5㎡(21억5000만원),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23억원), 청담동 ‘청담현대3차’ 전용 60㎡(15억9000만원), 지난달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22억2000만원)에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매매와 전세 매물부족도 심각해 수요자들은 여전히 혼란을 겪으며 통계와 괴리를 보이고 있었다.
3인 가족의 가장인 30대 C씨는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서울 외곽지역도 2~3억씩 올라 몇 년 전과 비교해 더욱 집을 살 수 없는 형편”이라며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집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인근 경기도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계상 집값이 안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정상적인 메커니즘 속에서 잡히는 것이 아니라, 고강도 세금과 대출 규제 등으로 강제로 거래를 틀어막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금 규제 등으로 거래를 중단시키다시피 해서 가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나, 정상적인 시장에서 안정화는 아니다”라며 “언제든 다시 집값은 오를 수 있으며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통계상 상승폭이 줄어 집값 안정효과가 나타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장서 보게 되면 거래표본이 줄었기에 집값이 조정되는 효과로 나타는 것”이라며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수세력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 집값이 잡히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