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중저가 단지 집값 '폭주'...“또 10억 신고가”
입력 2020.09.07 06:00
수정 2020.09.06 23:51
서울 집값 둔화?…“초거래절벽으로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
3기 신도시 청약이 강북 매매 수요 잡을까...전문가들 “회의적”
서울 성북구 돈암동 돈암코오롱하늘채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달 22일 10억5000만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 7월 거래된 4건 거래는 모두 9억~9억7500억원 사이에서 이뤄졌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결국 10억원의 벽을 허물었다. 2017년 5억원대 거래되던 이 아파트는 3년 만에 집값이 2배로 뛰었다.
10억원 아파트는 이제 강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원·금천·관악·은평 등 강북 곳곳에서 10억원 신고가가 터져 나오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중계동 '청구3차', '건영3차'가 각각 지난 6월과 7월 10억원을 돌파했다.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도 지난달 10억3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완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강북 아파트 매매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규제로 거래를 중단시키다시피해서 초거래절벽사태로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대출규제가 자유로운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는 아직까지 매수세력이 많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7일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상승한 0.38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강남은 0.36→0.33으로 강북은 0.51→0.44로 상승폭이 줄었다.
강북에서도 노원(0.63%), 도봉(0.60%), 강북(0.54%), 은평(0.54%), 강서(0.49%)구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구는 거래량도 두드러졌다. 아파트 실거래가(아실)를 보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많이 이뤄진 단지 1~3위는 모두 강북에서 나왔다. 미아동에 위치한 SK북한산시티(301건), 도봉구 신동아1단지(233건), 노원구 중계그린(187건) 순이다.
이 단지들은 모두 중저가 아파트로 전용84㎡ 기준 SK북한한시티는 6억원대, 신동아1단지는 5억원대로 실거래되고 있다. 중계그린은 전용59㎡ 호가가 6억원대로 형성됐다.
SK북한산시티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6월만 해도 5억원대로 거래됐지만 지난달 실거래가가 7억원을 넘었다”며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신동아1단지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도 “그나마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6억원대 이하 아파트를 찾아 수요자들이 몰렸지만, 이제 호가는 이미 6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고가주택 대출이 막히자,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적용받는 중저가 아파트단지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임대차 3법 등으로 인한 전세난 조짐은 ‘패닉바잉’(공포매수) 현상까지 일으키며 중저가 주택 구매 ‘대란’에 불을 지폈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본래 9000가구였던 사전청약 물량을 6만가구까지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수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부동산 카페에서 30대 가장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3기 신도시 아파트 청약이 붙는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지금 서울에서 집을 구매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리해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게시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와 별개로 그나마 서울지역에서 저렴한 강북 아파트 수요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서울에 살고 싶어하지 외곽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