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구조조정 본격화...이스타항공 605명 정리해고
입력 2020.09.07 14:46
수정 2020.09.07 17:31
희망퇴직 포함 약 700명...업황 회복 후 재고용 현실성 떨어져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는 아시아나, 사업·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의존 LCC 유동성 위기 심화 우려
이스타항공이 희망퇴직에 이어 정리해고로 약 700명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하면서 재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이번주 중 공식적인 노딜 선언과 함께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는 아시아나항공도 향후 사업·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다른 항공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구조조정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이스타항공과 노조 등에 따르면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로 605명을 확정하고 이 날 오후부터 대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한다.
앞서 희망퇴직을 통해 9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을 포함하면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약 700명으로 이는 당초 사측이 밝혔던 규모와 동일하다.
이번 정리해고 동보는 회사가 재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앞서 사측은 현재 보유 중인 항공기 15대 중 6대만 남기고 반납하고 전체 1100여명의 직원들 중 6대 운항에 따른 필수 인력 400여명을 남기고 나머지 700여명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이스타 “재매각 위해 불가피” vs 노조 “사측의 무책임과 일방통행”
이번에 해고되는 직원들은 실업급여와 함께 정부에서 밀린 임금을 일부 보존해주는 체당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이번 인력 구조조정이 재매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딜로이트안진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인력 구조조정을 마친 뒤 본격적인 재매각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회계 실사 단계로 마무리되는 대로 인수 의향이 있는 사모펀드와 기업들에게 투자의향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인수 희망자들이 모두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업황 회복 후 재고용 약속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이번 정리해고 인력들을 최우선으로 복직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번 정리해고가 사측의 일방통행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발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 무효 구제 신청을 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추가 감축 가능성마저 있는데다 법정관리 후 청산 가능성까지 있는 마당에 사측의 업황 회복 이후 재고용 약속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비인력은 이번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증명(AOC) 재발급을 받기 위한 필수 인력 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재발급 이후 추가 구조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체불임금이 해결되지 않아 남아있는 400여명의 직원들이 밀린 임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못 버티고 스스로 퇴사하는 인력들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레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실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끝내 600여명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며 “정부도 말로만 항공산업을 살리겠다고 하면서 대량 해고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다른 항공사도 줄줄이 구조조정 위기 처해
다른 항공사들도 줄줄이 구조조정 위기에 처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유동성 악화와 부채 증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뿐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가 사실상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4년 12월 자율협약 졸업 이후 6년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면서 강도 높은 사업·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 투입돼도 체질개선을 위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으로 채권단도 향후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은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이를 감안해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LCC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여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실적 구조를 갖고 있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급감으로 인한 부채 급증으로 유동성 위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여객 부진을 화물 수요로 대체하며 2분기 깜짝 흑자를 달성하는 것이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각각 869%와 592%로 모두 전년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1883.2%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1000%포인트 이상 급증한 상태다.
아직까지 버틸 여력이 있다고는 하나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지속되면 하나둘씩 쓰러지는 업체들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빅딜로 산업재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항공업계가 이제는 구조조정 위기감이 커지는 형국”이라며 “정부의 지원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각 사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업·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