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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 후 '동학개미'에 선물 보따리 푸는 금융당국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9.02 13:57 수정 2020.09.02 14:00

공매도 금지 연장 원동력…금융당국 '기울어진 운동장' 손보기로

시세 조정세력 추적 등 '개미보호 정책'…靑 보고용 정책 시각도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당국이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지 말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1400선까지 추락했던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린 주역으로 꼽히며 금융당국도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동학개미의 달라진 위상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금융정책 개선을 집중 검토 중이다. 제도손질에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안은 단연 공매도다. 금융위는 오는 15일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하는 동시에 공매도 재개 전까지 제도 개선을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개선 방향은 '개미들의 요구'에 맞춰졌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하고, 소액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공모주 배정 방식도 바꾸는 등 그간 개미들의 요구사항을 제도에 반영하는 쪽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시세 조종 세력에 대한 통신 내역 추적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선 소수의 시세 조종 세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수익을 얻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신용융자 금리를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는 은성수 위원장의 압박에 최근 증권사들이 줄줄이 신용융자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개미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위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오는 3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한국형 뉴딜 전략회의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긴 '보고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은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해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뉴딜펀드와 관련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개미들이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력 측면에서도 금융당국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흔들린 코스피를 개인투자자들의 힘으로 버텼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달 31일엔 외국인이 사상 최고 기록인 1조63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자 1조572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속내를 들어보면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개인투자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가, 증시 과열을 진정시키는 게 옳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면서도 과열 양상에 경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은 금융당국의 정책과 메시지 모두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검토하는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당국자들이 개인투자자의 '묻지마 투자'에 경종을 울렸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정치권도 개미들의 커진 목소리에 편승하면서 금융당국의 '관망'을 강요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의 주식시장은 코로나19처럼 예측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도 향후 증시 조정국면이 본격화되면 '빚투'(빚을 낸 투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이 '언제부터 우리를 신경썼느냐'는 지적을 받아들여 제도를 손보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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