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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김호중 소속사는 왜 ‘신뢰’를 얻지 못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30 11:00
수정 2020.08.30 09:26

ⓒSBS

신뢰를 얻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들이 쏟아져 나오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을 대변하고 있는 소속사는 안타깝게도 이미 대중의 신뢰를 잃은 듯 보인다. 논란 초기 구체적이지 못하고 설득력 없는 해명과 잦은 입장 번복·수정이 초래한 결과다.


김호중이 대중의 신뢰를 사고, 인기를 얻은 건 그의 인생 스토리 때문이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인생 역전 스토리를 써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줬다.


때문에 여전히 김호중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팬덤의 힘은 탄탄하지만, 그것이 팬 이외의 대중에게까지는 와 닿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건 김호중을 대변하는 소속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다. 김호중을 둘러싼 많은 의혹들 중 대부분이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소속사의 알맹이 없는 잦은 해명은 오히려 대중의 피로감만 부추기는 꼴이다.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의 무책임함은 공식입장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논란이 불거지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급하게’ 언론 매체를 통해 해명, 반박성 입장문을 보내오는데 그 내용에 사실과 다른 오류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면서 말이다.


지난 27일 소속사는 김호중의 군복무 관련 공식입장을 전달하면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은 사회복무요원 근무 완료 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초군사훈련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의아해 한 취재진의 문의가 이어지고, 병무청에서 공식적으로 “사회복무요원 복무 시작 1년 내에 군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정정하자 뒤늦게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내용 전달에 있어 좀 더 세세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혼선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병역판정 신체검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을 때에도 소속사는 “서울지방병무청 신체검사에서 불안정성 대관절, 신경증적 장애, 비폐색 등 여러 사유로 4급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무청은 “신체등급 4급 판정 사유는 ‘불안정성대관절’이다. 신경증적 장애와 비폐색은 판정과 무관하다”면서 “신체검사를 받은 장소도 중앙신체검사소로 서울지방병무청이 아니”라고 사실을 바로잡았다.


ⓒMBC

병역 관련 입장을 밝히기 전 김호중은 병역 특혜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소한 오류들은 대중에게 의혹만 더할 뿐이다. 소속사 내부 직원들은 물론, 홍보 대행사까지 거쳐 수 명의 직원들이 사실을 거듭 확인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 소속사의 무책임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대중의 반감을 산 건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한 해명 때문이다. 불법도박 의혹의 경우 김호중은 “도박한 것은 사과한다”면서 스스로 이를 인정했다. 다만 불법 도박의 액수가 적었다고 강조했다. 소속사는 “금액을 떠나 잘못을 인정한다”면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처가 현명했는지는 의문이다.


통상 연예인이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크기와 별개로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에 들어간다. 내기골프를 한 차태현은 수사를 받지 않고도 1년 3개월이나 쉬었다. 이 사례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지닌 연예인으로서 윤리적인 책임을 진 대처였다.


소속사가 김호중과 관련한 허위 보도와 악성 댓글 등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바로잡는 것에 있어서는 굳이 문제를 삼을 필요가 없다. 그것이 소속사 입장에서 억울한 소속 아티스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소속사의 대처 방식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논란과는 별개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불법적인 행위인 도박의 경우는 입장 발표로 황급히 상황을 덮고 의혹을 제기하는 취재진, 네티즌을 상대로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이런 소속사의 대처 방식에 김호중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아티스트가 소속사를 만나기 전 쌓아왔던 신뢰를 지켜주고자 한다면, 또 김호중 스스로도 이를 지키고자 한다면 최소한 한 번쯤 뒤를 돌아보고, 조금 더 합리적인 대처 방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어지는 폭로에 잔뜩 날이 선채로 급급하게 당장의 불만 끄면 된다는 식의 대처는 오히려 아티스트에게, 또 소속사에게도 ‘독’이 될 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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