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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이젠 '공매도 보완책' 마련에 머리 싸맨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8.28 06:00
수정 2020.08.27 20:32

'공매도 금지 연장' 이후 "보완책 다각도로 검토 중"

불법 공매도 규제 방안 및 홍콩식 지정제 논의될 듯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연장에 따른 후속조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여전히 시장에선 "공매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동학개미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여론을 달래기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 추가연장 결정 이후에도 증권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공매도의 제도적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부분적 공매도 금지나 개인에게도 허용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치권이 시장논리를 무시한 공매도 법안을 줄줄이 내놓는 등 시장교란자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이 서둘러 교통정리를 할 필요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한데 이어 박용진‧홍성국·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공매도 축소' 법안을 쏟아내며 정치 이슈로 확산 중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7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공매도의 경우 정책당국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현재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의 뉘앙스를 알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개인투자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었다. 자칫 정보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들이 큰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프로무대에 아마추어 선수를 올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도 개인투자자보호 문제를 거론하며 "개인들에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 기회균등인지,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인지 아직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가 더 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동시에 정부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위의 입장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증권시장에서 '큰손'이 된 동학개미들의 공매도를 향한 반발 목소리도 무시 못 할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제 개인투자자를 우리 증시의 성장과 과실을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자본시장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관과 균형하게 대우할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며 동학개미를 증권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인정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낸 것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증시 폭락'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15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최근 2300선까지 뛰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로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비중을 보면 외국인이 59.1% 기관이 40.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라고 꼬집는 배경이다.


시장에선 일부 대형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제도 개선 방향으로 꼽고 있다. 홍콩은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약 4600억원) 이상인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홍콩과 같이 일부 대형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한 후 그 효과를 다시 지켜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홍콩식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시스템 개선과 그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형평성 차이를 개선해주는 데 제도적인 보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올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 가운데 하나가 '공매도를 없애든지 우리도 끼워주든지' 아닌가"라며 "개인의 요구대로 공매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지 않도록 저변을 넓히는 방향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거품이 끼거나, 제도 변경으로 충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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