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결정 미루는 檢, 기소 강행 위해 압박 조사 ‘논란’
입력 2020.08.26 12:48
수정 2020.08.26 12:52
수심위 불기소 권고 두 달 지나도록 최종 결론 못 내
조사 명목으로 전문가 불러 추궁 압박에 비판 목소리
재계 "경제위기 극복 위해 기업인에 재 뿌려선 안 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의혹에 대해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음에도 최종 결론을 미루고 있는 검찰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조사를 벌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최근 기소 여부를 결정을 위한 보완조사 명목으로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추궁과 압박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2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와 수사 중단 결정을 내린지 정확히 두 달이 됐지만 검찰은 깊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종 결론을 미루고 있는 검찰은 최근 교수 등 전문가그룹을 대상으로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분으로 조사를 벌였다.
대상자에는 경영권 승계와 이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지지나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과 배치되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에게는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추궁과 압박이 이뤄졌다는 것이 법조계와 재계의 전언이다.
일부 인사들은 전문가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 된다는 생각에 조사에 응했지만 검찰이 의견 청취보다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검찰과 다른 의견을 보여 온 한 교수는 그러한 의견서를 낸 이유와 청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도 검찰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조사에 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당시 글에서 "삼바 사태가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글을 썼거나 발표했던 교수들을 검찰이 부르고 있다"며 "내게도 의견을 듣겠다는 요청이 왔지만 물론 나는 '노 땡큐(No Thank You)'다"고 밝히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들리는 바로는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왜 삼성을 위해 이런 의견을 냈나는 식의 질문으로 하루 종일 잡아둔다고 한다”며 “인터넷만 뒤지면 다 나오는 이야기를 내가 왜 검사 앞에 불려가서 다시 반복해야 하나”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정권의 기대에 반하는 기소심의위원회 결론은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검찰이 기소 강행을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 무리한 보완 조사를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이 자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지난 2018년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전 8차례 열렸는데 검찰은 모두 수심위의 권고를 수용했고 최종 결정도 권고 후 1주일 내에 모두 이뤄졌었다.
검찰로서는 수심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기소를 강행하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불기소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면 지난 1년 7개월동안 진행해 온 수사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처해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스스로 잘못된 수사였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만큼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고 이번 보완 조사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소 강행시 리스크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무리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무리수를 둬가며 기소를 강행하면 글로벌 기업 총수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이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이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쩍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의 글로벌 경영 행보에 재를 뿌려서는 안 될 일”이라며 “10대 3이라는 압도적으로 이뤄진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