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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 고건과 다른 이유 세 가지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8.23 05:00 수정 2020.08.23 06:35

李 지지율 하락...고건 낙마한 기억 되살려

정치경험·지역기반 등 다른 점 오히려 많아

노무현과 각 세웠던 고건과는 다른 행보

"문재인 계승하겠다"며 운명공동체 강조

지난 12일 오전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을 방문해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도왔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2일 오전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을 방문해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도왔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차기 유력주자 였던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고건 전 총리를 떠올리는 시선이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내며 안정적 리더십으로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았지만 정치권 검증과정에서 밀려났던 고 전 총리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총리 후광을 벗고 정치권에 복귀한 이 의원의 지지율은 조금씩 꾸준히 하락했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 따르면, 총선 직후인 5월 28%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조사에서 24%로 하락한 데 이어 8월 조사에서는 17%로 내려 앉았다. 같은 기간 상승곡선을 그리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를 기록해 처음으로 이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8월 11~13일 한국갤럽 자체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총리 시절 '사이다' 발언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여의도에서는 현안마다 '신중론'을 내세우면서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특유의 신중함이 '우유부단하다'는 칼날로 되돌아왔던 고 전 총리와 비교되는 또 다른 이유다. 반면 이 지사는 코로나와 부동산 국면에서 선명한 아젠다를 던지는 등 돌파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의원은 고 전 총리와는 다른 측면이 더 많다. 먼저 풍부한 정치경험을 들 수 있다. 고 전 총리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를 치러봤지만, 여의도 정치권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으며, 21대를 포함하면 무려 5선 경력의 정치인이다. 이는 정치권의 집요한 검증과 혹독한 공세에도 버텨낼 내공을 쌓기 충분한 시간이다.


민주당의 한 선거통은 "고 전 총리가 정치 초단이라면 이 의원은 9단에 가깝다"며 "경험 부족과 약한 뒷심으로 레이스 중 낙마했던 다른 총리 출신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련한 정치인 이낙연에 총리라는 이력이 하나 붙었을 뿐, 총리 '타이틀'을 가지고 대선에 도전했던 분들과는 분명히 다를 것"고 평가했다.


호남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지역출신 대선주자가 없던 호남은 이 의원에게 그 열망을 강하게 투영 중이다. 이 같은 확고한 지지기반은 외풍이나 위기를 뚫고 나가는 동력이 된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특정 지역이나 혹은 세대 등 열성적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 성공했던 인물들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지난 총선 당시 호남에서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생당, 무소속 후보들까지도 이낙연 마케팅을 할 정도로 이 의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호남에서 지지세가 강하면 역으로 타지역의 반감을 사 이 의원의 대선도전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속으로만 응원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이 의원이 문재인 정부와 '일심동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대립하며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지지층이 갈리면서 힘을 잃었었다. '현재권력이 당선은 못 시켜도, 떨어뜨릴 수는 있다'는 말이 진리로 굳어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현 정부와 각을 세워왔던 이 지사가 부각되면서, 이 의원은 친문진영에 더욱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이 의원 본인 역시 정부와 일체론을 내세우며 호남에 더해 친문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22일 민주당 당대표 후보 수도권 합동토론회에 나선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는 정권재창출로 완성된다"며 "제가 운명공동체의 한 축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필코 정권을 재창출해서 문재인 정부를 계승, 보완하고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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