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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소득 줄여 '분배 개선'…재난지원금 빼면 양극화 더 심해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0.08.20 13:56
수정 2020.08.20 17:32

근로·사업·재산소득 동시 감소…2003년 집계 이후 첫 사례

근로소득 감소폭 통계 작성 이래 최대…1~5분위 일제 감소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 128%↑…고용소득 감소 메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1885억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해만 해도 6000억~7000억원대를 오갔지만 올해 2월 7800억여원에서 5월 1조원 규모로 치솟더니 6개월째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상담 창구 앞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급감한 올 2분기 가계소득이 전국 가구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그나마 마이너스(-)를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5분위)부터 하위 20%(1분위)까지 가리지 않고 근로·사업소득이 일제히 추락했는데, 재난지원금이 속한 공적이전소득이 기록적으로 늘어난 덕에 일시적으로 전체 소득을 끌어올린 셈이다.


또 소득분배 지표는 다소 개선됐지만 이는 5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1분위 계층보다 더 크게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도 분석됐다. 특히 재난지원금 효과를 뺀 소득분배 지표는 크게 악화된 것으로도 나타나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근로·사업·재산소득 통계상 첫 동시 감소…공적이전소득만 127.9%↑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527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소득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공적이전소득만 127.9%나 급증하면서다.


1분기 전국 가구의 소득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32만원으로 1년 전보다 5.3% 줄었다. 2분기 기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 이후 실직으로 근로자 가구 비중이 줄어든 데다 근로시간 감소, 수당 삭감, 임금상승 지체 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소득은 9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 감소했다. 역시 2003년 이래 최대폭 감소다. 음식·숙박, 교육, 도·소매, 예술·스포츠 등 내수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자영업황이 악화된 까닭이다.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첫 사례이기도 하다.


반면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공적 이전소득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무려 80.8%나 늘어난 98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적이전소득은 77만7000원으로 127.9%가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에는 공적연금(국민·공무원연금 등), 기초연금(노령연금 등), 사회수혜금(근로장려금·아동수당) 등이 속한다. 재난지원금은 사회수혜금에 들어간다. 2분기 전체 공적이전소득에서 사회수혜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4.8%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1분기(28.8%)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배당, 이자, 개인연금 소득이 포함된 재산소득은 11.7% 감소한 3만4000원이었다. 경조사비, 연금일시금, 복권당첨금 등 일시적인 수입인 비경상소득은 44.4% 늘어난 9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 5분위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 ⓒ통계청

◆ 고용지위 불안정한 1분위, 근로소득 17년 만에 최대 감소


소득 분위별로 보면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77만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9% 늘었다. 1분위 근로소득은 48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0% 감소,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1분위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13.3%)부터 7분기 연속 감소하다가 작년 4분기(6.5%) 들어서야 8분기 만에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가 2분기에는 더 악화됐다. 일용직 등 고용지위가 불안정한 계층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고용 충격을 고스란히 입은 모양새다.


사업소득 역시 1년 전보다 15.9% 감소한 26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전소득은 99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44.9% 늘었다. 이 중 공적이전소득이 83만3000원으로 70.1% 증가했다. 사적이전소득은 17.4% 감소한 16만3000원이었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는데, 역시 근로·사업소득은 줄고 공적이전소득이 이를 메웠다.


5분위 근로소득은 690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줄었다. 사업소득도 175만9000원으로 2.4% 감소했다. 재산소득은 29.9% 줄어든 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공적이전소득(75만원)이 175.3% 늘면서 이전소득(98만1000원)은 88.4%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 중간계층인 소득 상위 40~60%(3분위), 소득 상위 20~40%(4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각각 343만7000원, 479만1000원, 630만9000원으로 6.5%, 5.6%, 5.6%씩 증가했다.


근로소득의 경우 2분위는 12.8%, 3분위는 4.3%, 4분위는 2.9%씩 줄었다. 사업소득도 유일하게 11.0% 증가한 2분위를 제외하고 3분위가 8.2%, 4분위는 10.2% 감소했다. 2분위 사업소득 증가 원인 역시 자영업자들의 소득 증가로 볼 수 없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상위 분위에 속해 있던 자영업자들이 소득 감소로 2분위에 편입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공적이전소득이 2분위(106%), 3분위(134.2%), 4분위(223.7%) 모두 늘었다. 역시 재난지원금이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 5분위배율 다소 개선…재난지원금 효과 빼면 악화


국민 소득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였다. 1년 전(4.58배)보다 0.35배포인트(p) 줄어 불평등 격차가 다소 완화됐음을 나타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원 수를 고려해 계산한다. 5분위의 소득이 1분위보다 몇 배 많은지를 뜻하는 이 지표는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의 정도는 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효과로 공적이전소득이 모든 분위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공적이전소득은 모든 계층에서 증가했으나 5분위의 경우 근로소득이 훨씬 더 많이 줄어들면서 5분위 배율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효과를 빼고 소득분배 상황을 볼 수 있는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8.42배로, 작년 2분기(7.04배)에 비해 1.38배나 커졌다.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5분위 배율에서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8.42배에서 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4.23배)을 뺀 4.19배p가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의 재분배 정책 효과인 셈이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154만3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2.6% 증가했다. 5분위 처분가능소득은 793만3000원으로 3.7% 늘었다. 실제 가구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은 세금, 공적 연금 등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돈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명목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계산된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분위의 경우 15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1% 증가했다. 5분위 소비지출은 453만3000원으로 1.4% 늘었다.


소비 지출 비중으로 보면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 음료(21.3%), 주거·수도·광열(16.2%), 보건(12.5%) 위주로 지출이 많았다. 반면 5분위는 교통(16.7%), 음식·숙박(13.5%), 식료품·비주류 음료(12.5%)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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