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재난지원금 당정 갈등에 신중…속내는?
입력 2020.04.21 11:29
수정 2020.04.21 12:40
"국회 논의 선행돼야" 기존 입장 되풀이
일각서 文대통령 교통정리 요구 목소리도
與에 손 들면 '포퓰리즘' 비판 직면할 듯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 아니라 논의가 시작된 것이고, 추경안을 (국회에) 넘긴 것이다."
청와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와 관련해 '국회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정이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21일 현재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한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지급 대상 확대를 공언해온 만큼 전국민 100% 지급을, 정부는 재정 문제를 우려하며 원안인 소득 하위 70%를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의 난항이 예상된다.
이렇듯 당정의 갈등은 심화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기재부가 정치를 한다"라는 쓴소리까지 나왔다.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00% 전 국민에게 주느냐, 70%에게 주느냐 이 논란인데 단지 3조원 정도 차액에 해당하는 돈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철학의 문제인데 기획재정부가 고집한다는 것은 사실 기재부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여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재차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에 추경안이 제출됐기 때문에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다"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안이 나오면 그것을 가지고 다시 정부와 논의를 하는 절차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것"이라며 "여야 논의를 조금 더 지켜봐 주시길 부탁한다"고 했다.
청와대 내에선 여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70%를 토대로 국회에 (추경안을) 보냈고 정부 입장은 지금 수정안을 낼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이제 국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정부가 추경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교착 상황이 지속되자,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야당의 '포퓰리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정부의 입장에 선다면, '전국민 100% 지급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당의 신뢰도를 대통령 스스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정 갈등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사안에 대해 의견은 다를 수 있는데 그걸 갈등이라고 표현한다면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 국회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