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강조하던 문대통령, '빈수레 인사'로 언행불일치
입력 2020.08.15 06:00
수정 2020.08.14 21:58
청와대 참모진 '반쪽 개편' 비판 속 개각 가능성
부동산 책임자 교체 없이는 여론 반전 어려울 듯
정치권 안팎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등 떠밀린 개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핵심'을 비켜가서다. 부동산 정책 후폭풍으로 여론,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교체 요구가 나오는 인사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이뤄진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쇄신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 상황에서 이르면 차주 부분 개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조만간 꺼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역대 대통령은 '8말 9초'에 개각을 시행해 왔다. 대통령 여름 휴가 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공직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취지다. 시기는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일정 등을 감안해 9월 정기국회 전이 대체적이었다. 당초 문 대통령도 이 '법칙'을 따를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이 시기를 당긴 건 부동산 민심이다.
이번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공직자 다주택 매각과 '똘똘한 한채' 논란의 핵심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남기면서 여권에서도 우려 기류가 흐른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개각 면면으로 향한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와 국방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현재까지 3년 가량 직을 수행하고 있다. 긴 업무 기간과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피로도를 고려해 가장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박 장관 후임에는 김강립 복지부 차관, 최근 교체돼 본업으로 돌아간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 사회수석으로 거론되던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중 발탁이 점쳐지고 있다.
2018년 9월 임명된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교체는 하반기에 예정된 대규모 군 수뇌부 인사 일정과 맞물려 가능성이 크다. 후임으로는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김운용 전 지상작전사령관, 서욱 육군참모총장 등도 언급된다.
문 대통령이 두 부처 수장 교체로 개각을 마무리할 경우 여론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핵심'은 비켜간 '빈수레 인사'라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게 뻔해서다.
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책임져야 할 핵심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여당에서도 부동산 민심으로 인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SNS에서 "부동산 대책 등을 비롯해 최근의 문제는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국토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등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저격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정책라인에 대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을 교체할 경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에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비판 여론 속에서도 부동산 정책 효과를 강조하는 건 부동산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도 같은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것"이라며 "관련 인사들을 교체한다면 실패를 인정하는 게 되버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노 실장 유임 등으로 쇄신의 요구를 저버렸다는 민심의 비판이 있다'는 말에 "언론의 해석에 대한 저의 비평을 요구하는데 언론의 해석에 대해서는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민주당은 야당이었던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2016년 8월 개각 당시 "국정쇄신 의지와 거리가 먼, 목적이 실종된 개각이다. 국민과 언론,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요구한다면 이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