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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의 유통talk] '이중규제 덫' 걸린 플랫폼 산업

임유정 기자
입력 2020.08.13 07:00 수정 2020.08.12 20:59

내년 상반기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입점업체 거래지위 높이는데 집중

'억제법'으로 전락한 유통산업발전법 반면교사 삼아야

한 소비자가 모바일 쇼핑을 즐기고 있다.ⓒ롯데쇼핑한 소비자가 모바일 쇼핑을 즐기고 있다.ⓒ롯데쇼핑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던 악당이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해 자신의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다리가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리고 길면 잘라서 죽였다.


유통업계를 향한 규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시킨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대표적이다. 정책을 시장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시장더러 정책에 맞추라 한다. 정책이라는 침대보다 크거나 작으면 가차없는 처벌이 기다린다. 수위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온라인 플랫폼을 향해 칼을 겨눴다.


정부는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자는 취지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마련되면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기업들도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받게 된다. 법안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수수료 부과기준을 정하거나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할 때 통신판매업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간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일방적인 계약해지, 과도한 광고비 유도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새로 제정되는 법안과 더불어 기존 법안 개정을 통한 규제까지 규제의 그물이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이 배제됐다는 점도 아쉽다. 기업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적자를 감수하며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상황에서 정부가 해당 업종의 적정 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는지 자체가 논란거리다.


쿠팡을 예로 들어보자. 쿠팡은 2018년 1조1279억원, 2019년 72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운영 주체는 손실을 계속되고 있지만 이곳에 입점한 업체들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가 수수료율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의 월권행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현재 유통산업발전법과 같은 포퓰리즘 법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경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앞세워 10년째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오프라인 쇼핑을 넘어설 정도로 대세가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통시장의 적은 대형마트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과 복합몰, 면세점 등에도 의무휴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플랫폼 규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정부는 기존 유산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의 속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 봐야 한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업의 판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각종 플랫폼은 생존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태동하는 신산업 중 하나다. 모바일 강국이라는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유산법이 주는 교훈을 거울 삼아 이번엔 ‘탁상공론’에서 비롯된 반쪽짜리 정책이 아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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