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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가 과민했지만 우리도 조심해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8.10 08:20 수정 2020.08.10 08:11

흑인을 조롱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동인 ‘블랙페이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국제적인 시선에 예민해져야

방송인 샘 오취리가 지난 2018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에서 열린 올리브 새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방송인 샘 오취리가 지난 2018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에서 열린 올리브 새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샘 오취리가 의정부 고등학교의 관짝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을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고 사과했다.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은 원래 졸업사진에 실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분장을 많이 해왔다. 이번에 관짝소년단 패러디를 준비하면서 만약 흑인이라는 이유로 분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차별처럼 비칠까봐 평소처럼 분장을 했다고 한다.


샘 오취리는 그걸 보고 ‘흑인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얼굴을 검게 칠하는 것이 흑인을 조롱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동인 ‘블랙페이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절대로 이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다. 미국하고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노예제를 운영했고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진 참혹한 흑인차별의 역사가 있다. 그런 배경 속에서 백인 배우들이 얼굴에 검을 칠을 하고 흑인을 조롱하는 미국 전통악극의 코드가 바로 블랙페이스였다.


반면에 한국에선 흑인노예제도 없었고 한국이 오히려 제국주의 열강에 침략당해 고통 받았다. 흑인을 조롱하는 전통악극도 없었다. 그러니 한국에선 블랙페이스의 전통도 없다. 미국 사람들은 얼굴에 검을 칠을 한 것이 흑인 조롱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당연히 모른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미국 백인을 향한 것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비난보단 알려주는 게 맞았다. 미국 백인의 행위로 인해 블랙페이스가 흑인 조롱으로 인식됐고 국제적으로 그렇게 통용되고 있으니 한국인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말이다.


샘 오취리는 알려주는 단계를 지나쳐서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난했기 때문에 역풍을 맞았다. 심지어 kpop 관련 해시태그를 달아서 혐한 세력에게 이용될 빌미까지 제공했다.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사진과 케이팝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샘 오취리가 과잉대응한 건 맞지만 그 배경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미국과 같은 참혹한 흑인차별이나 블랙페이스의 전통이 한국에 없는 건 맞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흑인차별 분위기가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입장에선 큰 문제의식이 없어도 흑인인 샘 오취리는 한국에서 여러 번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면서 차별에 예민해졌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샘 오취리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 악플이 이어지는데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국제적인 시선에 예민해져야 한다. 이런 이슈는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중요하다. 비록 우리에게 블랙페이스의 전통이 없고 블랙페이스가 뭔지조차 몰라도, 흑인들이 얼굴의 검은 칠에 상처를 받는다면 안 해야 한다. 이런 사례들을 학습해서 조심해야 한다.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듯이 한국도 점점 주목 받는 위치로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점점 더 몸조심을 해야 한다. 마마무가 공연 중에 흑인 공연 패러디를 했다가 블랙페이스를 사과한 사건이 있었다. 블랙핑크는 뮤직비디오에 인도 신상을 바닥에 놨다가 사과했다. 노라조는 인도식 표현을 썼다가 해외 팬들에게 사과했다. 한국 문화가 국제화될수록 한국은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블랙페이스와 같은 국제적 차별 코드 정도는 기본으로 학습해야 하는 국력이다.


ⓒ

글/하재근 시사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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