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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벤처캐피탈 설립 길 열렸다…100% 자회사로 투자 가능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0.07.30 13:15 수정 2020.07.30 11:47

정부,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 발표

업무범위·외부자금 조달·투자금지 대상 등은 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대기업을 포함한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이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100% 완전자회사로 설립하는 조건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에서 금융회사인 CVC 보유를 하지 못했던 규정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CVC는 일반지주회사 지분 100% 보유 형태인 완전 자회사로 설립하고 기존 벤처캐피탈 형태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및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두 가지 유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 조성 시 조성액의 40% 범위내에서 외부자금 조달이 허용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VC는 법적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대기업집단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지칭한다. CVC는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금융·산업간 상호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 보유가 금지돼 있다. 다만 일반지주회사 체제 밖 기업집단 내에서는 CVC 설립이 가능한 구조다.


◆100% 자회사로 설립되는 CVC…투자 촉진 이뤄질까


정부는 CVC를 기존 벤처캐피탈 형태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로 설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분구조는 CVC 타인자본 활용을 제한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사회사 형태로만 가능하다. CVC 차입 규모도 현재 벤처캐피탈 규제수준 보다대폭 축소해 벤처지주회사 수준인 자기자본 200%로 제한했다.


금산분리 예외범위 확대 등 기존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CVC는 ‘투자’ 업무만 허용하고 다른 금융업무는 할 수 없다.


또 펀드 출자를 허용하되 총수일가 및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 출자도 금지된다. 외부자금 출자는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 제한했다.


투자금지 대상도 명확하게 설정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방지를 위해 소속 기업집단 총수일가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차단시켰다. CVC 계열회사에 대한 투자도 불가능하다.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한 투자도 제한된다.


한편 해외 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하고 설립 형태별 소관법령에 따른 투자의무를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창투사는 등록 후 3년 내 총자산(자기자본+조합 출자금) 40% 이상을 창업·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신기사는 신기술사업자로 투자 대상 제한이 이뤄진다.


한편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출자자 현황, 투자내역,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 거래관계 등을 공정거래우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홍 부총리는 “CVC가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 및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자는 금지하고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으로의 투자는 제한할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입법을 추진하되 정기국회를 통해 연내 조속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CVC 개념도. ⓒ공정거래위원회 CVC 개념도. ⓒ공정거래위원회

◆코로나19로 투자위축…벤처투자 위해 꺼내든 규제완화 카드


그동안 벤처업계와 대기업 등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8년 ‘벤처지주회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이어 21대 국회에 개정안을 다시 제출해 지난 21일 입법예고를 마쳤다.


정부가 CVC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벤처투자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액은 연간누적기준 지난해 1분기 7789억원에서 올해 1분기 7463으로 줄었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진단 국장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인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되 벤처 활성화 등을 유도하기 위한 CVC 제한적 허용을 추진하는 내용을 이번 하반기경제정책 방향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반지주회사의 CVC 허용은 정치권에서도 의원발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규제 완화 법위를 놓고 여야간 이견차가 있지만 기본적인 허용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관련 내용과 관련한 의원 발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7건, 벤처투자법 개정안 1건 등이다.


◆해외에서 활발한 CVC국내는 대기업 15곳에서 17개 CVC 보유


정부의 대기업 CVC 규제는 타인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대, 금융기관의 사(私)금고화, 금융·산업간 시스템 리스크 전이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집단 내 일반지주회사가 있는 경우 ▲체제 밖 계열사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운영 중이다. 현재 대기업 64곳 중 15곳이 17개 CVC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집단 내 일반지주회사가 있는 28개 집단 중 4개(롯데, CJ, 코오롱, IMM인베스트먼트) 집단은 지주체제 밖 계열사로 4개 국내 CVC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집단(SK, LG 등)은 해외법인 형태다.


롯데의 경우 일반지주회사 체제인 롯데지주로 전환 과정(2017년 10월)에서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지주체제 밖 계열사인 ‘호텔롯데’ 자회사로 전환했다.


SK는 일반지주회사 체제인 SK디스커버리로 전환 과정(2017년 12월)에서 20년간 보유하던 ‘인터베스트’ 주식 처분(2018년 12월), 현재 해외계열사 100% 출자 방식으로 미국에 설립한 CVC SKTVC(SK텔레콤벤처캐피탈)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기업집단 내 일반지주회사가 없는 집단(삼성, 카카오 등)은 9곳에서 11개 국내 CVC가 있다.


해외에서는 CVC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은 CVC를 통한 벤처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글로벌 CVC 투자금액은 2014년 179억 달러(전체 VC 투자의 19%)에서 지난해 571억 달러(25%)로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CVC가 지난해 전체 벤처캐피탈 투자 건수의 24%, 금액의 47% 차지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탈협회는 CVC를 통한 대규모 벤처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지주회사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이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인 구글벤처스 및 Capital G는 우버, 에어비앤비, 집라인 등 다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요 선진국들은 대기업의 CVC 소유를 허용하는 등 CVC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대기업 자금의 벤처투자 확대, 벤처투자 선순환 생태계 구축, 우리 경제의 혁신성·역동성 강화를 위해 오랜 논의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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