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법개정안] ’10만원 벽' 못 허무는 절충안…고향사랑기부금, 생색만 낸 세제개편
입력 2026.08.03 18:01
수정 2026.08.03 18:02
1만1000원 더 주는 혜택으로 '기부 역성장' 잡을지 의문
재경부 “26조 추경 확정 후 세수 감축 부담”
전문가들 "지방재정 마중물 효과 뺀 단선적 셈법” 비판
내년 시행 전 국회 송곳 심사 예고
농협광주본부가 지난 4월 본부 주차장에 개설된 금요 직거래장터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재정경제부가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율을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일부 비수도권 우대지역에 기부하면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의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식이다.
재정경제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와 지방정부, 학계가 요구한 방안은 2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다. 그러나 재경부는 재정 여력을 이유로 전액공제 대신 일부 지역의 공제율만 10%포인트(p) 올리는 절충안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기부금 제도는 기부자가 체감하는 혜택은 크지 않다. 우대지역에 20만원을 기부할 때 늘어나는 세액공제액은 고작 1만1000원”이라며 “전체 기부 건수의 98% 이상이 10만원 이하에 몰린 상황에서 이 정도 혜택으로 ‘10만원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액 공제 아니면 주머니 안 열어"…지방 재정 마중물 '주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지난 2023년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행안부 집계 결과 고향사랑기부금은 2023년 651억원에서 2024년 879억원, 지난해 151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모금 건수도 139만2000건을 기록했다.
기부액은 10만원에 집중됐다. 지난해 전체 기부 건수 가운데 10만원 이하가 98.4%를 차지했다. 10만원까지는 기부액 전액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의 국세 공제율을 15%에서 40%로 올렸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실질 공제율은 44%다. 20만원 초과분에는 일반지역 기준 16.5%가 적용된다.
하지만 공제율을 높인 뒤에도 기부 증가세는 오히려 꺾였다. 올해 1분기 모금액은 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3억원보다 30억원, 16.4% 줄었다. 제도 시행 이후 1분기 기준 첫 역성장이다. 물론 지난해 경북 지역 산불로 인해 모금액이 증가한 ‘기저효과’ 탓도 있다. 그럼에도 20만원 구간의 부진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회는 행안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최소 20만원으로 즉시 상향하고 이후 30만~50만원 구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호중(오른쪽 두번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월 제주 수산물 업체를 방문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수급 및 품질관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공제율 10%p 상향의 착시…기부자 마음 읽지 못한 야박한 셈법
재경부 개정안은 기부 대상 지역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 적용한다. 일부 비수도권 우대지역의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 공제율을 40%에서 50%로 높이고, 나머지 지역은 현행 세율을 유지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친 실질 공제율은 44%에서 55%로 오른다. 기부자가 공제받을 산출세액이 충분하다는 전제에서 2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액은 현재 14만4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추가 혜택은 1만1000원이다. 답례품을 기부액의 30%인 6만원까지 받으면 명목상 혜택은 20만4000원에서 21만5000원이 된다.
지자체와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2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재경부 우대안과 비교해도 4만5000원 많다. 기부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현행 5만6000원에서 우대안 적용 시 4만5000원으로 줄지만 전액공제 때는 사라진다.
학계와 지방정부가 공제율 일부 인상보다 전액공제 한도 상향을 요구한 이유다. 기부자가 체감하는 기준은 40%와 50%의 차이가 아니라 본인 부담이 발생하느냐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남는다. 우대 대상에서 빠진 지역에 기부하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같은 금액을 기부해도 기부 대상 지역에 따라 세액공제액이 달라진다.
'12월 연말정산용' 일회성 기부 탈피하려면…'10만원 갇힘' 틀 깨야
행안부와 지자체는 부처 협의 과정에서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상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재정 여력이 부족해 전액공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4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확정했다. 고유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지원, 지방재정 보강 등에 투입하는 예산이다.
전액공제 확대가 국세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재정 부담은 검토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는 중앙정부가 받을 세금의 일부를 기부자가 선택한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효과도 낸다.
재경부 세제개편안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와 일부 지역에 50%를 적용할 때, 20만원까지 전액공제할 때의 세수 감소액이 각각 얼마인지 제시되지 않았다.
추가 기부금과 답례품 소비가 지방재정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예상 세수 감소액만 따져 전액공제를 배제하면 중앙정부의 비용은 보이지만 지방정부가 얻는 재정 효과는 빠진다.
50% 공제 대상 지역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지방우대지수 등을 활용한 구체적인 우대지역 선정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기부자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령이 마련돼야 어느 지역에 기부할 때 추가 공제를 받는지 알 수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7년 1월 1일 이후 기부금부터 적용된다. 국회 세법 심사에서는 현행안과 조건부 50%안, 20만원 전액공제안의 재정 비용과 모금 효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와 기부자의 건전한 기부를 정착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전액 세액공제 구간이 10만원에 갇혀 있고, 12월 연말정상 시기에만 몰리는 탓에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하는 상황”이라고 지정했다.
이어 “기부제에 참여하는 지차체가 늘어나는 상황에도 전액세액공제 구간을 확대하지 못한다면 기부 문화는 다시 폐쇄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좋은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액세액공제의 상향조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