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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서치 흔들②] ‘상장사 눈치’ 매수 보고서 일색...동학개미 외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7.29 05:00 수정 2020.07.29 04:58

최근 1년 증권사 32곳 투자의견 매도 0.1%...외국계는 13.5%

‘매도’ 냈다간 회사채 등 인수업무 배제...영업 지원 역할로 전락

한때 증권사의 꽃으로 불렸던 리서치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증권사가 IB중심의 개편을 가속화하면서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방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장 전망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의 선행지표로 삼고 있는 리서치센터 보고서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업 모니터링 기능이 급속도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리서치센터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본연의 시장 분석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최근 1년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전체 기업분석 보고서의 투자의견 평균은 매수 88.8%, 중립(보유) 11.1%, 매도 0.1%로 집계됐다.ⓒ뉴시스 최근 1년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전체 기업분석 보고서의 투자의견 평균은 매수 88.8%, 중립(보유) 11.1%, 매도 0.1%로 집계됐다.ⓒ뉴시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됐지만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분석 보고서(리포트)의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에게 투자판단을 제공하는 보고서에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보고서의 신뢰 추락은 물론, 애널리스트의 존재가치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증권사 매도의견 0.1%...외국계 증권사 13.5%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최근 1년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전체 기업분석 보고서의 투자의견 평균은 매수 88.8%, 중립(보유) 11.1%, 매도 0.1%로 집계됐다. 매수의견 비중은 지난 3월 31일 기준(88.2%)보다 0.6%포인트 늘어났다. 매도의견 비중은 0.1%에서 변동이 없었다.


지난 1년 간 매도의견을 낸 국내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0.6%), 키움증권(0.6%) NH투자증권(0.5%), 대신증권(0.5%) 4곳에 그쳤다.


매도나 중립의견이 전혀 없는 증권사도 4곳에 달했다. 교보증권, 한양증권, 리딩투자증권, 유화증권은 매수의견 100% 보고서만 발간했다. 이어 DS투자증권(97.6%), 케이프증권(96.7%), 상상인증권(96.5%), 키움증권(96.4%) 순으로 매수비율이 높았다.


매수비율이 가장 낮은 증권사는 부국증권으로 나타났다.. 부국증권의 매수비율은 66.1%, 중립 비율은 33.9%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증권(73.4%), KB증권(74.9%), NH투자증권(75.2%), 메리츠증권(78.8%), 한국투자증권(80.4%), DB금융투자(84.5%), 유진투자증권(85.1%) 순으로 매수비율이 적게 나타났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15곳은 국내 증권사와 여전히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은 13.5%를 기록했고 매수의견은 58.3%로 집계됐다. 3월 말보다 매도 비율은 0.8%포인트 늘고 매수 의견은 1%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이 중 매도 의견을 가장 많이 낸 외국계 증권사는 씨엘에스에이(CLSA)코리아증권으로 비중은 31.8%였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25.0%),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17.1%), 골드만삭스증권(16.7%), 맥쿼리증권(16.2%)이 그 뒤를 따랐다.


이중 CLSA는 거침없는 매도 의견을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CLSA는 2017년부터 엔씨소프트, LG전자, CJ E&M, 삼성SDS 등 다수 종목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내면서 이들의 주가가 급락해 증권가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통상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 매도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 만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큰 파급력을 일으킨 사례다.


지난 2015년 5월 시행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증권사가 상장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해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각 증권사들이 분석 종목에 대한 매매 의견을 어떻게 냈는지 알려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 도입 첫해인 2015년 4월~2016월 3월까지 증권사의 리포트중 매수 의견 비율은 75.8%였고 중립은 19.0%, 매도는 5.1%였다. 하지만 이후 제도를 시행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오히려 매수 의견 비율이 높아지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증권사 32곳이 최근 1년간 발간한 전체 기업분석 보고서의 투자의견 평균.ⓒ금투협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증권사 32곳이 최근 1년간 발간한 전체 기업분석 보고서의 투자의견 평균.ⓒ금투협

리서치센터 제자리걸음...동학개미 “유튜브 콘텐츠로 충분”


코로나19 발병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붐이 뜨겁게 일어났지만 이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사 보고서 자체를 외면하며 개인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동학개미들이 적지 않은 상태다. 투자정보 측면에선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에서 중립 의견을 내면 그것을 팔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아예 증권사들이랑은 반대로 해야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신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또 이제 개인투자자들은 굳이 증권사 분석 없이도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관련 서적을 보면서 공부하는 데다, 정보 공유 등 접근성면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실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쓰는 게 어렵다고 토로한다.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낼 경우 기업으로부터 출입을 거절당하는 불이익을 받거나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사실상 업무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회사채 인수업무로 수익을 내는 기업금융 부서와의 이해관계에도 얽혀있다.


증권사의 잠재 고객인 상장기업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한다. 애널리스트의 매도 보고서로 자칫 관계가 악화되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서 해당 증권사를 배제하는 등 실력 행사를 감행할 수 있다. 이처럼 리서치센터가 증권사 영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사용되면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모 애널리스트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사와 유대관계를 가진 고객사들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게다가 기업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관련 펀드 매니저에게도 극심한 항의를 받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리서치 센터의 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들도 권고 차원이고 업계도 자정적인 노력을 해왔지만 강제성이 없어 결국 유명무실해진 상태”라며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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