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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서프라이즈’예상 못하는 증권사...리서치 신뢰도 도마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7.21 05:00 수정 2020.07.20 15:50

대형 증권사, 2분기 코스피 회사 실적 전망 '뒷북' 1조6000억원 늘려

삼성전자 영업익 4차례 조정도…전문가 "시장 나침판 역할 염두해야"

올해 2분기 어닝시즌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시장 분석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올해 2분기 어닝시즌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시장 분석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기업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수정하면서 시장 분석 부문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악화를 전망했던 기업들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부랴부랴 추후 컨센서스를 상향하고 나섰다. 이에 기업실적을 보수적으로만 측정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좀 더 뚜렷한 소견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추정한 코스피 상장회사 179개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6조968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인 6월의 전체 영업익 컨센서스인 24조4762억원보다 6.21%(1조6206억원) 상향 조정된 규모다.


기업별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8조1000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하지만 증권사 가운데 삼성전자의 실적 컨센서스를 8조원까지 높여 잡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일부 증권사는 실적 발표 직전 급히 컨센서스를 수정해 7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역시 맞추지 못했다.


이는 올 1분기에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 전망치를 대거 하향조정한 것과 대비된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타격이 직접 반영돼 삼성전자의 실적이 2분기부터 본격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 말 삼성전자의 올해 전제 영업익을 기존 45조9000억원에서 39조7000억원으로 13.54% 하향했다. KB증권도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영업익을 41조2000억원에서 37조4000억원으로 내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3월 말 삼성전자 올해 전체 영업익을 기존 39조원에서 34조8000억원으로 10.64%나 낮춰 잡았다. 추가적으로 30조9000억원까지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금투는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전체 영업익을 부랴부랴 33조4000억원으로 8.09%(2조5000억원) 상향했다. 오는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도 기존 9조2000억원에서 5000억원 높인 9조7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현지실사나 기업설명회(NDR)나 투자자설명회(IR) 등을 통해 담당 기업 실적을 전망하는데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활동에 제한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아무래도 실적이 주가 추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최근 강화된 컴플라이언스 부분 때문에 보수적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아 어닝 서프라이즈나 쇼크에 맞는 실적을 전망해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말 LG전자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영업익 컨센서스는 4053억원이었다. 이는 올 3~4월 3000억원 초반대로 예상되던 2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실적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지난 7일 발표한 실적에서 상향된 전망치마저 웃도는 4931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 한샘의 매출액을 평균 4644억원 정도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샘은 올 2분기에 5172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컨센서스 대비 12.32% 상승한 수치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종근당의 2분기 실적 예상치를 고쳐잡았다. 기존 추정치이던 124억원의 영업익을 259억원으로 상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만성질환 치료제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적발표가 예고된 기업에 대한 전망치 수정도 있다. 시가총액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컨센서스 조정을 경험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2분기 평균 영업익 전망치는 1조5738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반도체 부문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이 깜짝실적을 거두자 증권사들은 1달 만인 7월 SK하이닉스 영업익을 8.5%(1462억원) 늘린 1조7200억원으로 상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재고자산평가충당금 환입에 따라 2조원대 영업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잠정실적을 내놓는 SK하이닉스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수급 요인을 매순간 파악하기가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있다고 해도 이번 삼성전자 실적 컨센서스 변동 추이는 리서치센터의 신뢰성을 제고하게 하는 부분"이라며 "물론 실적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적인 분석 요인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추정치를 절대적으로 봐서는 안 되지만 조금 더 뚜렷한 소견을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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