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조건으로 내건 '진정한 진전'의 의미는?
입력 2020.07.16 14:47
수정 2020.07.16 20:39
폼페이오 "트럼프, 싱가포르 선언에 대한
진정한 진전 있어야 회담 나설 것"
北 제안한 대화재개 요건에 사실상 선 그어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 낮아"
미국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진정한 진전(real progress)'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대통령은 2년 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결과에 대한 진정한 진전을 이룰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때에만 북한 측과 회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은 현재 (비핵화에 대한) 잠정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북한이 마음을 바꾸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미국의 '적대시 철회'를 북미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싱가포르 합의'로의 회귀를 강조해 북한 제안에 선을 그었다는 평가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기존 협상 프레임에서 벗어나 '적대시철회 대 협상재개'를 주제로 대화 물꼬를 터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그간 '생존권과 발전권의 위협요소'로 △한미연합훈련 △첨단무기 반입 중단 등을 요구해온 만큼, 김 부부장이 제안한 '적대시 철회' 역시 이와 유사한 조치를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이 북미대화 재개 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의 적대시 철회 요구까지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관련 조치를 취할 경우 "비핵화 조치 없이 보상을 내줬다"는 미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긁어 부스럼'이 될 일을 자초하진 않을 거란 관측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미대화의 방점이 비핵화에 찍혀있다는 점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앞서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 방한 일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북한과 관련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비핵화 진전과 연계된 개선'을 줄곧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비건 부장관이 방한 과정에서 '남북협력 지지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이후 국무부는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사업 용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침묵했다. 대신 주한 러시아대사가 제재완화를 언급하며 남북 및 남북러 간 철도연결 사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재제이행'을 촉구하며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는 평가다.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 희박해져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분석했다. 북미가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여지를 두면서도 서로의 입장 선회만을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고, 더힐은 "폼페이오 장관이 연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깎아내렸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같은 날 오후 뉴욕이코노미클럽과 대담에서 대선 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 7월"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