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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지지한다'던 미국, 한국 독자 대북사업 가능성엔 '침묵'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7.14 04:00
수정 2020.07.14 05:58

美 국무부 "비건 부장관 언급에 보탤 말 없다"

제재완화 필요성 제기하며 남북‧남북러 철도사업

거론한 러시아 향해선 "제재 이행 촉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청사로 이동하며 코로나19 인사법인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찾아 '남북협력 지지'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무부는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사업 가능성에 대해 '침묵'했다.


비건 부장관 방한 이후 미국이 한미워킹그룹 운영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국무부가 관련 질문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아 사실상 선을 그었다는 평가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철도연결‧개별관광 등 한국 독자 대북사업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비건 부장관의 남북협력 지지 발언이 '비핵화와 연계된 남북협력 진전'이라는 기존 원칙의 유연한 적용을 뜻하느냐는 질문에는 "비건 부장관의 언급에 보탤 말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비건 부장관은 지난 8일 "남북협력을 진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이 한국 독자 대북사업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국무부가 기존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한국 정부가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한 미국 측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킹그룹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 협력사업 등을 수시 조율하는 한미 협의체로 지난 2018년 11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북한 비핵화 진전과 맞물린 남북 협력'을 강조해온 미국은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의 대북사업 '과속'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가 남북 및 남북러 철도연결 사업을 거론하며 제재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주한 러시아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제재 이행'을 촉구한 것 역시 한국 정부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가 놓이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가스관 설치, 전력망 구축 같은 협력사업을 하게 되면 긴장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운송‧물류‧가스‧전력 분야에서 러시아와 남북이 참여하는 삼각 협력사업은 경제적 이익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안정화 요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남북 간, 그리고 남북러 간 협력사업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제재완화를 바탕으로 남북 및 남북러 협력사업이 진행될 경우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한반도 안정'이라는 정치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지만, 미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제재완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비건의 '남북협력 지지' 발언은 '립 서비스'"


전문가들은 비건 부장관의 '남북협력 지지' 발언이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한국 정부 독자 대북사업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3일 'KBS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고 하는 건 늘 해온 이야기"라며 비건 부장관의 남북 협력 지지 발언이 "의미가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간 철도협력 등 구체적 사업을 언급하며 '미국은 절대 방해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추상적인 이야기'조차 안 할 경우, 한국 내부에서 '미국은 진짜 남북관계를 방해 하는구나' '도대체 미국은 대화할 의사가 있는 거냐' 등의 의식이 있을까 봐 (비건 부장관이) '립 서비스'를 한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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