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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지지한다"는 미국, 개별관광·철도연결 용인할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7.09 14:43 수정 2020.07.09 15:55

비건, 워킹그룹 유연성 예고 했나

통일부 "비건 입장 표명 환영"

美 국무부 기존 입장 재확인하는 차원일 수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청사에 도착해 이동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청사에 도착해 이동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정부가 외교안보 라인 교체로 독자 대북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남북협력 지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개별관광, 철도연결 등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사업에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 비건 부장관이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며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직 인사청문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감안하면 향후 한국 정부 차원의 대북 독자 드라이브는 강하게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자는 앞서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이라며 "워킹 그룹을 리뷰해보고 평소 가졌던 소신 등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향후 통일부가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과 '협의'하되, '합의'를 보지 못한 독자 대북사업에 대해선 미국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한국 정부 기류를 모를 리 없는 비건 부장관이 방한 중 남북협력 지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유연한 워킹그룹 운영을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정세 안정 차원에서 남북 협력사업을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비건 부장관의 '남북협력 지지' 발언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비건 부장관은 "남북협력을 진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하길 기대한다(We look forward to fully supporting the government of Korea as it advances its goals with North Korea in inter Korean cooperation)"고 말했다.


이는 미 국무부가 그간 견지해온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사업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비핵화와 연계된 남북관계 진전'을 줄곧 요구해왔다. 더욱이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 방한을 앞두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해 대북정책 노선변경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미국이 제재를 틀어쥐고 있는 이유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묶어두기 위함"이라며 "미국이 한국 독자 대북사업을 허용한다는 건 북한과의 협상을 포기한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재 해제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인 것이라며 "한국 대북정책으로 대북 제재가 일부라도 허물어지면 북한으로선 미국과 만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원장은 비건 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은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줄 선물이 없으니 대통령은 안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대북지원과 미북 정상회담 등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비건의 긍정적인 말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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