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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밀린 車업계 임단협…앞으로도 첩첩산중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7.09 06:00 수정 2020.07.08 17:33

코로나 직격탄 회사는 실적 악화로 비상인데 "돈 더달라" 생떼

르노삼성 노조, 기본급 7만1687원+일시금 700만원 인상 요구

현대차·기아차·한국GM 노조, 금속노조 가이드라인 12만304원 인상 요구


현대차 노사 교섭위원들이 5월 3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2019년도 임금·단체협약 상견례를 갖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 노사 교섭위원들이 5월 3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2019년도 임금·단체협약 상견례를 갖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임단협을 조기 타결한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완성차 4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교섭이 미뤄지고 있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5월부터 상견례를 시작으로 해당 연도 임단협에 착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측은 일제히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제각기 큰 폭의 임금인상과 고액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교섭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완성차 4사 중 유일하게 지난 6일 임단협 상견례(킥오프 미팅)를 가진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 일시금 700만원(XM3 성공 런칭 격려금 500만원+타결 격려금 200만원) 지급과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한국GM의 경우 아직 노사간 만남은 없었지만 지난 2일 김득영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수석부지부장이 최종 부사장에게 임단협 요구안을 발송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성과급 600만원 지급, 라인수당(고강도 조립라인 근무자 대상) 500% 인상 등이 포함됐다. 기본급 인상액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통일 요구안을 그대로 가져왔다.


노조는 사측에 오는 21일 상견례를 갖고 여름휴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빨라도 여름휴가 이후인 8월 중순께나 교섭을 시작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당초 지난 6일 임시대의원대회(임대대)를 열고 올해 임금협상(임협) 요구안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울산지역 지자체인 울산광역시의 집단행사 금지 통보에 따라 오는 21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국GM과 같이 여름휴가 전 사측과 상견례를 하고 휴가 이후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한다는 스케줄도 미뤄지게 됐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은 임대대 연기로 인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한국GM 노조와 마찬가지로 금속노조 통일 요구안인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백화점식의 무리한 요구안보다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는 수준으로 임단협 교섭에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최초 요구안에서부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사 역시 아직 상견례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통상 기아차 임협이나 임단협은 현대차 교섭이 타결되면 동일 조건을 적용해온 관례가 있었으나 지난 2018년부터 통상임금 관련 보상이 다르게 지급되면서 두 회사 노조가 서로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겪어 왔다.


특히 중도·실용주의 노선의 현대차 집행부와 달리, 기아차 노조는 강성 집행부 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올해 교섭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 금속노조 산하 완성차 3사 지부는 올해 임협과 임단협에서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한 상태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이라는 통일 요구안을 앞세워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5%나 감소한 상태다. 이 기간 현대차의 경우 25.2%나 줄었고, 기아차는 14.1%, 르노삼성은 21.2%, 한국GM은 28.2% 감소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비주력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다.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그룹 차원의 비용 절감 압박도 심해지면서 임금 등 고정비 부담이 늘어날 경우 해외판매 물량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속한 현대차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긴축재정 및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임원 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고 있다.


교섭이 난항을 겪어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된다. 그나마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침체 일로였던 수출 시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5월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판매 감소폭이 완화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수요 회복에 대응해 생산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여름휴가기간 단축, 주당 근로 52시간제 한시 면제, 특별연장근로 조건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실적 회복이 요원해짐은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의 기회를 해외 경쟁사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생존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오히려 평시보다 더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를 한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임금을 올려받기보다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사가 합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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