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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희비' 엇갈린 조선사…카타르 잭팟 vs 구조조정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7.01 06:00 수정 2020.06.30 21:17

클락슨, 올해 선박 발주 전년 대비 23% 급감 예상

'빅3' 수주난 속 23조 규모 카타르 LNG선 '기대감'

중소형 조선소는 일감난으로 결국 구조조정 수순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축하를 받으며 LNG선 슬롯 예약 약정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삼성중공업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축하를 받으며 LNG선 슬롯 예약 약정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삼성중공업

올해 상반기 조선 산업은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크게 줄어들며 수주난에 시달렸다.


시황 악화 속에서도 '빅3' 조선사들은 100척 규모의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도크 슬롯 예약을 체결하며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중소형사들은 수주절벽을 이기지 못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조선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선사 및 에너지업체들이 관망세로 돌아섬에 따라 지난해 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은 올해 발주 선박 규모는 756척으로 전년 987척에 비해 2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5월 누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26척으로 올해 예상치의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발주 급감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도 덩달아 감소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났지만 대우조선의 수주 규모는 목표치(71억1000만 달러)의 19.8%에 머무르고 있다. 6월 누계 수주액은 14억3000만 달러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6월까지 따낸 수주액은 5억 달러에 불과하다. 목표치(84억 달러)의 6% 수준이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호·미포 3사 합산)은 5월까지 18억2000만 달러를 수주해 목표치의 11.4%를 달성했다.


조선사들은 LNG선 등 친환경선박 수요 등을 감안해 올해 수주 목표를 설정했으나 주요 발주사들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조선 산업은 노동집약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 2년 뒤 구조조정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카타르 LNG선 발주가 올해 가시화되면서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앞서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 이하 QP)은 이달 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를 체결했다. 사업 금액은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원)이다.


이번 DOA는 LNG선 건조 공간(슬롯) 상당부분을 확보하는 국내 3사와 QP간의 계약 단계로, 추후 프로젝트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최대 5년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조선사들은 대형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선사들은 LNG선에 이어초대형 원유 운반선·컨테이너선 등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나타내는 선박 발주도 하반기에는 가시화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상반기 침체를 겪었던 조선 시장이 살아나려면 하반기에는환경 규제에 따른 신조 발주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카타르발 LNG선 계약이 가시화됐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STX조선 진해조선소 야드ⓒSTX조선 STX조선 진해조선소 야드ⓒSTX조선

'빅3' 대형사들이 수주난 속에서도 LNG 프로젝트 등 대형 호재를 만나 회생 기대감을 갖는 것과 달리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수주절벽을 이기지 못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은 6월 중순부터 말까지 생산직 및 사무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이어 2년째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후 채무 조정과 함께 부실 원인이던 수빅조선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해엔 영업흑자를 달성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고정비 절감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수주난을 겪고 있는 STX조선 역시 고정비 감축을 위해 생산직, 사무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앞서 STX조선은 지난 2013년 경영난으로 자율협약에 돌입해 자금을 수혈 받았지만,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2016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자금난 해소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자 STX조선은 2018년 6월부터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회사측이 무급휴직을 연장하려 한다며 지난 1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일감 바닥과 노조 파업으로 손익 악화가 뚜렷해지자 STX조선은 인력 조정 수순에 돌입했다. STX조선 측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으로 건조물량이 거의 없는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회사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정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조선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올해 일감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향후 건조·인도 스케줄, 금융 계획 등에 심도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위기 대응책 수립에 있어 장기적으로 불균형한 일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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