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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의 최후통첩…인수 고심 깊어지는 제주항공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6.29 17:14 수정 2020.06.29 17:20

창업주 보유 지분 전량 회사 헌납...임금체불 문제 해결 의지

제주항공 “임금체불, 계약 선결 조건 아냐...다른 조건 이행 안돼”

부채 많은 회사 인수 부담 및 업황회복 지연으로 불확실성 여전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9일 오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 적막함이 흐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9일 오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 적막함이 흐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보유 지분 전량을 회사에 헌납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창업주 일가가 반납하는 지분은 현재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소하는데 활용될 예정이어서 교착상태에 빠진 M&A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스타항공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회사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회사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현재 이슈가 된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관리본부 전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유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한 이상직 창업주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관리본부 전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유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한 이상직 창업주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칼 뽑은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협상 테이블 나와라"


이상직 의원 일가는 아들과 딸이 합쳐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 38.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현재 가치는 약 410억원으로 오너 일가는 이스타항공 매각을 통해 손에 쥘 수 있었던 수백억원대의 돈을 포기한 것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3월 보유 중인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제주항공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는데 이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전량 (38.6%)와 기타 주식을 합친 물량이다.


회사는 창업주가 헌납한 주식을 활용해 직원들의 체불 임금 해결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종구 대표이사는 "창업주가 반납한 지분을 토대로 재원을 마련해 해결하겠다"며 "체불 임금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창업주의 지분 반납 발표와 함께 대표이사의 직원들의 체불 임금 해결 의지 발언이 나오면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이스타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셧다운(운항중단) 조치하면서 회사 실적이 급락해 직원들의 임금 문제가 야기돼 왔다.


지난 2월 이후 진행돼 온 임금 체불 규모는 약 250억원에 달하는데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 후 해결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해오면서 M&A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스타항공측은 이와 함께 제주항공 측의 인수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역공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 대표는 “조만간 인수 의지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현재 정체돼 있는 M&A가 재추진되려면 제주항공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와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 제주항공, 신중 모드 돌입...항공업계 "불확실성 여전"


이에 대해 제주항공측은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이 이날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기 전에 창업주의 보유 지분 헌납과 임금체불 문제 해소 등의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아 정확하게 내용과 의도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금체불 문제가 M&A의 선결 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호 비밀 준수 조항이 포함돼 있는 주식매매계약(SPA)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식매매계약서 5조에 따르면 인수완료(딜 클로징·거래종결) 시점은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명시돼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직원들의 체불 임금 문제는 M&A와 관계없이 이스타항공측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체불임금 해소와 M&A 완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창업주의 지분 헌납과 임금 체불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지만 M&A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 체불 외에도 인수 완료를 위한 조건들이 모두 선행돼야 하기도 하지만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항공업황으로 인해 M&A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말 기준 부채가 약 2200억원에 달하며 현재 250억원 규모인 임금 체불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1분기 실적(별도재무제표 기준)은 영업손실 359억원과 순손실 409억원을 기록하는 등 자본잠식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스타항공이 M&A 성사에 대한 강한 노력 의지를 드러냈지만 더 큰 문제는 회사의 적자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라며 “항공업황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운 실정에서 제주항공으로서도 부채가 많은 회사를 떠안는데 따르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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