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거듭난 정찬헌, 굴곡진 과거 뒤로하고 LG에 보답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6.28 00:00 수정 2020.06.28 08:15

SK전 9회말 1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생애 첫 완봉승

팀과 동료들 배려 속에 열흘 등판하며 완전하게 거듭나

LG트윈스 정찬헌(자료사진). ⓒ 뉴시스 LG트윈스 정찬헌(자료사진). ⓒ 뉴시스

완봉승으로도 만족하기 어려운 정찬헌(31·LG트윈스)의 압도적인 투구였다.


정찬헌은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펼쳐진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 생애 첫 완봉승(투구수=115)을 달성하며 팀의 7연패 사슬을 끊었다.


종전 7이닝을 넘어 개인 최다인 9이닝을 책임졌다.


2회말 연속 볼넷을 제외하고는 3회부터 8회까지 6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직구는 물론이고 커브와 포크볼은 포수 유강남이 원하는 코스로 걸쳐 들어갔고, SK 타자들은 속수무책 당했다.


노히트노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찬헌은 3-0 앞선 9회말 선두타자 정의윤까지 삼진 처리하며 기대를 부풀렸다. KBO리그 통산 15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2개.


1번 타자 김경호를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진 정찬헌의 2구는 3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안타가 됐다. 야수의 실수는 아니다. 타구가 빨라 처리하기 어려웠다. 김경호 안타로 노히트노런이 깨지자 정찬헌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히트노런이 깨진 직후 번트 안타까지 허용해 1사 1,2루에 몰렸다. 위기에서 나온 최정의 타구도 안타로 연결되면서 만루 위기에 놓였다. 노히트노런은커녕 대역전 위기에 몰린 정찬헌을 향한 LG 류중일 감독의 신뢰는 두터웠다.


믿음에 화답하듯 정찬헌은 4번타자 로맥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 이후 등장한 고종욱과는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외야 뜬공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2000년 5월18일 해태 타이거즈전에서 송진우(한화)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이래 한국 투수의 노히트노런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20년 만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뻔했던 정찬헌은 생애 첫 완봉승에 만족했다.


LG트윈스 정찬헌(자료사진). ⓒ 뉴시스 LG트윈스 정찬헌(자료사진). ⓒ 뉴시스

완봉승 보다 노히트노런을 놓친 것이 더 생각날 만큼 안타까운 순간을 경험했지만 정찬헌은 팀의 연패를 먼저 얘기했다. 차우찬,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 김윤식, 이민호가 끝내지 못한 연패를 끊은 정찬헌은 “완봉승도 만족한다. 무엇보다 팀의 연패를 끊어 기쁘다”며 노히트노런에 대한 아쉬움을 접었다. 팀의 베테랑 투수답게 표정관리도 했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말이다.


올 시즌 6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에이스 부럽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정찬헌에게는 ‘거듭났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각종 구설과 부상으로 굴곡진 과거를 보냈던 정찬헌은 2020시즌 완전히 거듭났다.


팀과 동료들의 도움 속에 거듭난 것이라 더 의미 있다. 지난해 허리 디스크로 인해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던 정찬헌은 올해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수술 여파로 인해 불펜 투수처럼 잦은 등판은 어려울 것이라는 팀의 권유를 잘 받아들였다.


다른 선발투수들처럼 5일마다 등판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인 투수 이민호와 선발 자리를 나눠 열흘 간격으로 등판했다. 등판 기회는 줄어들지만 회복 시간이 필요한 정찬헌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다. 엄청난 배려다.


LG트윈스와 동료들 배려에 부응하듯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선발로 복귀한 정찬헌은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서 12년 만에 첫 선발승을 따냈고, 이날은 생애 첫 완봉승까지 수확하며 팀의 7연패 사슬을 끊었다.


어둡고 무겁게만 보였던 정찬헌의 표정도 이제는 달라보인다. 노히트노런이 깨진 뒤 정찬헌이 띤 미소는 LG트윈스 팬들을 넘어 KBO리그 야구팬들에게도 거부감 없게 다가오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