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또 오르는 대전 집값, 추가 규제지역으로 묶일까
입력 2020.06.15 06:00
수정 2020.06.14 20:54
정부, 집값 급등하는 비규제지역의 규제 가능성 시사
文정부 4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 가장 높은 지역
전문가 “핀셋규제 역효과,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8억 매물은 거의 소진됐어요. 집주인들도 호가를 계속 올리고 있어서 거래는 최대한 빨리 하는게 이익입니다.” (대전시 둔산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대전시 ‘대장주’ 아파트로 손꼽히는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는 전용 84㎡ 매물이 올초 7억원(12층), 지난달 7억5000만원(7층)에 실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8억~9억원으로 형성됐으며, 그나마 8억원 매물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같은 지역 한마루아파트 전용 84㎡ 매물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5억원 전후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에는 6억3900만원(2층)으로 실거래 가격이 뛰었다. 현재 호가는 약 7억원으로 6개월만에 2억원이 오른 셈이다.
15일 정부·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추가 규제카드를 고심중이다. 풍선효과에 따라 수도권과 대도시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세종’의 풍선효과로 집값이 치솟고 있는 대전과 방사광 가속기 유치 호재를 만나 들썩이고 있는 청주지역이 추가 규제 대상 지역으로 유력한 상황이다.
KB주택시장동향에 의하면 6월 둘째 주 대전(0.23%)·세종(0.26%)·충북(0.39%) 지역은 전국 주간매매증감률 탑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0.15%, 경기는 0.17% 증감률을 보였다.
한편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서울, 수도권 규제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지역의 가격상승세도 지속 포착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 점검 중"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주택시장 불안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부동산 업계에서는 다음 부동산 규제 지역 타켓 1호는 대전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의 조사 결과, 대전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수원 등 수도권 주변지역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비수도권 지역 중 집값이 많이 오른 대전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대전지역은 혁신도시 추가 지정, 트램 건설 등 개발 호재에 따른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대전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반응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대전은 조정지역대상 요건을 모두 갖췄다”며 “집값 상승폭을 볼 때 사실 지난해 지정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인근 세종시 사례서 증명될 듯 규제지역 지정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특정 지역을 규제하는 핀셋규제는 풍선효과라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진짜 집값을 잡으려면 규제 지역 범위를 넓게 지정하는 등 이전과 다른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는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 투기세력보다는 저금리 기조와 매물 잠김현상이 큰 이유”라며 “양도세 등 부동산거래 관련 세금을 조정해 집주인들이 쉽게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