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자마자 팔려나가는 경매시장…“지역별 양극화는 뚜렷”
입력 2020.06.11 15:57
수정 2020.06.11 15:59
지난달 낙찰가율 77.1%, 2016년 12월 이후 최고치
부동산 규제 강화하자…수요자, 경매시장으로 눈 돌려
부동산 경매시장에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 분위기다. 특히 지방보다는 수도권 물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매시장에 규제 압박이 더해질수록 경매시장 활성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1일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0년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1만3094건으로 이 중에서 4669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5.7%, 낙찰가율은 77.1%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 수는 4.5명으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경매 물건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속도가, 낙찰가율은 부동산에 대한 가치 평가가 반영된 수치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최근 20년 평균인 34.5%, 69.4%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낙찰가율의 경우 지난 2016년 12월 77.9%를 기록한 이후 77% 선을 또다시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던 경매 물건이 시장에 풀리자마자 팔려나가는 형국이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규제 강화로 매매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반대로 경매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낙찰가율이 2016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보면,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매 물건의 경우 자금조달 계획서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다보니, 규제가 강화될수록 거래가 활발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경매시장은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44%)와 인천(43.5%)의 낙찰률이 전월 대비 5%포인트 이상 올라 수도권 낙찰률 상승세를 견인했다. 반면 경남(25.3%)과 충북(26.6%)은 두 달 연속 낙찰률이 20% 대에 머물렀다.
주거시설의 경우 물건 수가 가장 많은 경기가 낙찰률 50.6%를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인천도 전월 대비 낙찰률이 6.5%포인트 오른 45.2%를 기록했다. 반면 경북과 제주는 반복된 유찰로 인해 입찰 최저가가 낮아진 물건이 소화되면서 낙찰률은 개선됐으나, 낙찰가율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업무상업시설의 지역별 격차는 더욱 극명했다. 활황세를 이어가는 수도권에 비해 제주(14.6%)와 전남(16.2%), 부산(18.5%)은 각각 20% 미만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정체되는 모습이다. 충남(47.1%)과 전북(50.8%), 경남(53.7%)도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원은 “수도권 비규제지역은 워낙 수요가 풍부하다보니 청약이나 일반 매매시장에 흡수되지 못 한 수요가 경매시장으로까지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압박을 이어가는 한 경매시장 활성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